늘어나는 조합원 매물…'분양가 > 입주권' 단지 속출

입력 2023-02-09 18:00
수정 2023-02-10 00:55
수도권에서 최근 분양한 아파트의 조합원 입주권이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길어지자 조합원들이 차익실현을 위한 매물을 내놓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9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분양한 경기 광명시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3804가구) 전용면적 114㎡ 조합원 입주권이 이달 초 12억원에 거래됐다. 분양 당시 이 면적대의 분양가는 11억9800만원이었다.

광명시 철산동 A공인 관계자는 “이 입주권은 2억~3억원 정도 추가 분담금이 있는 매물인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실제로는 14억~15억원가량 자금이 필요한 매물”이라며 “매수 시 당장 지급해야 하는 금액만 고려하면 분양가에 근접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조합원에게 무상 제공되는 발코니 확장 등 여러 옵션과 로열동 층 배정, 조망 등의 가치를 고려하면 일반분양가와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 단지 전용 84㎡나 114㎡ 입주권을 매물로 내놓은 조합원도 적지 않다. 하지만 매수자들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매수 희망자는 일반분양가 수준이거나 되레 1억원 더 떨어진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만 찾는 분위기여서 실제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수도권 내 다른 지역에서도 분양가를 밑도는 입주권 거래가 나오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 말 입주를 앞둔 경기 부천시 부천일루미스테이트는 전용 59㎡ 매물의 입주권이 지난달 4억78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면적 분양권(4억7923억원)보다 123만원 저렴하다. 오는 7월 입주를 앞둔 수원시 인계동 수원 센트럴아이파크자이도 지난달 59㎡ 매물의 입주권(4억9500억원)이 분양권(5억1000만원)보다 1500만원 싸게 거래됐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조합원 입주권은 저렴할 때 매수해 현 시세로도 이미 차익을 본 조합원이 많아 가격을 조정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측면이 있다”며 “하락장에서 분양가를 밑도는 입주권 매물이 더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