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가는 다 죽을 판"…40대 임대사업자의 호소 [돈앤톡]

입력 2023-02-10 07:43
수정 2023-02-10 16:03

주택임대사업자(주임사)들의 고통이 극심해지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이들의 인식이 악화한 이후 이번 정부 들어서는 '빌라왕' 등 전세 사기가 잇따라 터지면서 절벽으로 내몰리는 중입니다. 빌라(다세대·연립)를 운영하는 한 40대 주택임대사업자는 "정부와 언론이 연일 전세를 놓은 주임사들을 범죄자 취급하면서 특히 빌라를 가지고 있는 주임사들은 하나씩 죽어가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자신을 40대 후반 주임사라고 소개한 A씨는 10일 기자에게 '모든 비아파트 주택임대사업자가 범죄자며 사기꾼입니까'라는 제목의 메일 한 통을 보내왔습니다.

A씨는 "최근 전세 사기가 터지면서 전세를 준 주임사들이 사기꾼 내지는 범죄자 취급당하고 있다"며 "집을 구하려는 세입자들도 불안감이 커지면서 빌라 전세 거래가 완전히 멈춘 거나 다름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주임사라는 이유만으로 신규 전세 거래가 계약 직전 깨진 적도 있다"며 "국세나 지방세 체납도 없고 신규 세입자에게 전세 반환보증보험까지 다 들어줬는데도 불구하고 의심하는 경우가 많다"고 섭섭함을 털어놨습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주임사들은 신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보유하고 있는 주택이 경매로 나가면서 하나둘 죽어 나가고 있다는 겁니다.

그는 "원룸 3가구 이상만 가지고 있어도 다주택자라는 ‘적폐 프레임’으로 종합부동산세가 중과 적용되고, 취득세 역시 높은 수준"이라면서 "일부 작정하고 범죄를 저지른 집단이 문제인데 시스템을 개선하고 범죄자를 처벌할 일이지 선량한 주임사까지 범죄자가 돼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습니다.

최근 대한주택임대인협회는 "최근 고금리 역전세 상황이 이어지면서 '빌라왕'으로 불리는 전세 사기로 인해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원인으로 등록주택임대사업제도 활성화를 꼽는 경우가 있다"며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와 임대보증금 보증가입 의무까지 다하고 있는 주임사들을 또다시 마녀사냥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세 사기를 포함한 보증금 미반환사례의 증가는 등록주택임대사업제도의 활성화가 아닌 양적 완화 상황 속에서 낮은 금리로 과도하게 풀린 전세자금 대출과 임대차 3법의 무리한 도입으로 인한 전셋값의 폭등에 기반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주임사들은 문재인 정부 때부터 풍파를 겪었습니다. 전 정부 초기 전·월세 가격이 치솟으면서 주임사를 민간 부분 임대 공급자로 인정해 등록을 장려했습니다. 거주 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특례, 종부세 계산 시 임대주택 제외 등의 혜택도 줬습니다.

하지만 집값이 치솟으면서 주임사들을 대하는 태도는 180도 바뀌었습니다. 다주택자들의 투기 수단으로 제도가 악용되고 있다면서 제도를 뒤흔들었습니다. 규제지역에선 종부세와 양도세 감면 혜택을 없앴고, 거주 주택 양도세 비과세 특례도 평생 1번만 적용되도록 했습니다. 급기야는 아파트 임대등록도 금지하고 보증보험 가입도 의무화했습니다.

이번 정부 들어서는 개선의 의지가 보입니다. 정부는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문 정부 때 폐지한 '아파트 임대사업자' 제도를 부활하기로 했습니다. 전용 85㎡ 이하 아파트를 10년간 장기 임대할 때만 임대등록을 허용합니다. 사업자는 종부세 합산 배제, 양도세 중과 배제, 취득세 감면 등의 혜택을 줄 예정입니다. 다만 이 역시 '아파트'를 임대하는 사업자들에 대한 혜택입니다. 비아파트 주임사들에 대한 대책은 없는 상황입니다.

현 정부는 주택임대사업자제도를 정상화하려고 하는 모습입니다. 다만 아직은 첫 걸음을 뗀 상황입니다. 주임사들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내놓을지 전 정부와 궤를 같이할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