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정부 부처가 산하에 두고 있는 특별지방행정기관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하는 방안을 놓고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지자체는 특별지방행정기관을 지방으로 옮겨 지방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인력과 예산을 일괄 이양할 것을 요구하는 반면 정부 부처들은 지자체의 업무 수행 능력과 이해충돌 우려 등을 들어 난색을 보이고 있다.
9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조만간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열고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지자체 이관과 관련한 그간의 진행 상황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할 계획이다. 특별지방행정기관은 국가 업무 수행을 위해 각 부처의 지방사무소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지자체는 그동안 고용노동부 산하 지방고용노동청과 환경부 산하 지방환경청,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지방중소벤처기업청 등의 이관을 요구하며 관련 안건을 상정·처리할 것을 요구해 왔다. 보고에는 관련 방안을 연말까지 마련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될 전망이다.
현재 각 부처 산하 특별지방행정기관은 고용부가 지방고용노동청, 지방고용노동청 지청, 출장소 등 48개로 세 부처 중 가장 많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2021년 경기도지사 시절 고용부의 근로감독권을 지자체에 이양하자는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중기부는 지방중소벤처기업청, 지방중소벤처기업청 사무소 등 17개, 환경부는 유역환경청과 지방환경청, 환경출장소 및 대기환경청, 홍수통제소 등 13개의 특별지방행정기관을 두고 있다. 인원은 고용부 6000여명 등 세 부처를 합쳐 8000명을 웃돈다. 지자체는 특별지방행정기관들 중 이름에 ‘지방’이 들어간 기구들을 이양할 것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관련 부처들은 지자체의 전문성 부족과 법 위반 가능성 등의 이유를 들어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지방 이양이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고용부는 지방고용청이 지방 정부에 이양될 경우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위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ILO 협약에는 근로감독은 중앙정부의 업무라는 조항이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근로감독 등 행정업무의 일관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고용부 사무는 중대재해처벌법 집행, 기획 근로감독 등 행정구역 단위를 넘어 전국 단위로 집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지자체에 이양될 경우 4년마다 선출되는 지자체장의 성향에 따라 근로감독 행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지자체가 각종 건설 사업 등과 관련된 허가권을 보유한 상황에서 견제 기능을 할 감독권까지 주어지면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들도 지자체의 평가 기준을 따르게 될 경우 지자체별로 상이한 기준이 적용되거나 지역 주민이 반발하는 시설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는 까다로워지는 등 사실상의 규제 강화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또 다른 전문가는 “순환 보직 체제인 중앙부처 소속 공무원과 달리 지자체 행정력은 지역민과의 유착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