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경영권을 둘러싼 소송전 2라운드에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패했다. 2심에서도 법원은 홍 회장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에 경영권을 넘겨야 한다고 판단했다. 한앤코는 남양유업 경영권을 사실상 확보한 만큼 인수 작업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고법 민사16부(차문호 부장판사)는 9일 한앤코가 홍 회장과 가족 등 3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양도 청구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승소 판결했다. 홍 회장 측 주장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변론이 종결된 이후 피고 측에서 변론 재개를 위한 자료를 제출해 검토했지만 결과적으로 변론을 재개할 만한 사유가 없다"며 "피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홍 회장과 한앤코의 주식매매계약 정당성을 확인하고, 계약을 파기할 수 없다는 걸 분명히 한 것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이 사건 계약에 있어 원고 측의 합의 불이행에 따른 계약의 효력·쌍방대리 및 배임적 대리행위에 대한 사실관계나 법리에 관한 다툼이 충분히 심리되지 못한 것 같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피고 측은 즉각 상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계에선 남양유업이 대법원에 상고하더라도 기각될 가능성 높다고 전망했다. 홍 회장은 2심 첫 재판에서 소송 지연 행동으로 재판부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재판부는 홍 회장 측을 향해 "첫 변론 시작 전 항소이유서를 제출했어야 했다. 기한을 지키지 않아 아쉽다"고 언급했다.
남양유업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은 2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1년 4월 남양유업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감염 억제효과가 있다는 검증되지 않은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게 결정타였다. 2013년 대리점 갑질 사건, 경쟁사 비방 사건 등으로 ‘오너 리스크’가 끊이지 않던 상황에 다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며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홍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하며 경영권에서 손을 떼겠다고 공언했다. 지난해 5월 자신의 지분을 포함해 가족이 보유한 주식 53.08%를 한앤코에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남양유업 사태는 진정 국면을 맞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계약은 홍 회장 측 변심으로 성사되지 않았다. 홍 회장은 지난해 9월 한앤코에 주식매매대금 지급을 목전에 두고 매각계약해제를 통보했다. 약 2개월 뒤에 홍 회장 측은 한앤코 대신 대유위니아와 경영권 조건부 매각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시도는 한앤코에서 제기한 협약이행 금지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면서 무위로 돌아갔다.
2년 가까이 이어진 소송전이 한앤코의 승소로 일단락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남양유업 임직원, 대리점주, 소액주주, 낙농가 등이 피해를 입었다. 남양유업은 3년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8년 1조797억원에 달했던 매출액은 3년 만에 9561억원으로 줄었고 2021년 기준 영업손실액은 779억원에 달한다. 작년 실적도 부진하다. 작년 3분기 매출은 7226억원, 영업손실은 604억원으로 집계됐다.
한앤코는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남양유업 경영권을 사실상 확보한 만큼 인수 작업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 완료 후 새 경영 체제를 세우기 위한 이사회·주총 소집 등 본격 경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