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상승세를 이어 온 비트코인이 최근 2만2000달러대에서 숨 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가격 향방을 두고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발언 등에 큰 영향을 받고 있는 만큼 향후에도 경제 전망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는지, 가상자산 시장에서 긍정적인 모멘텀이 이어지는지 여부에 따라 움직임이 결정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마이클 사파이(Michael Safai) 덱스터리티 캐피털(Dexterity Capital) 창업자 겸 매니징 파트너는 9일 블루밍비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토큰의 가격이 어디로 향하는지 구체적인 방향이나 관점을 잡지 않고 시장 중립적인 거래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덱스터리티 캐피털은 지난 2017년 설립, 고빈도 매매를 전문으로 하는 가상자산(암호화폐) 트레이딩 회사다. 다수의 거래소에 걸쳐 하루 10억~40억 달러 규모의 거래량을 일으키는 곳으로, 대형 가상자산 트레이딩 업체 중 한 곳으로 꼽힌다. 불안 심리 여전…경기침체 신호시 단기적 타격 입을 것
사파이는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2만 달러가 넘는 수준을 유지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최악의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겨울)를 벗어날 수도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년 간 가상자산 가격에 큰 영향을 미쳤던 경제 지표들이 개선되기 시작하고, 많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금리인상이 완화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믿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안한 조짐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현재 거래량과 변동성이 지난해 11월~12월 대비 좋게 나타나고 있긴 하나,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사파이는 "투자자들은 위험 감수 여부를 두고 여전히 망설이고 있다"라며 "그들이 또 다른 기업이 무너지는 데 걸려들지 않고 싶어 하는 만큼 가상자산 가격은 상승 모멘텀이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비트코인이 곧 2만5000달러를 돌파할 수 있으나 다시 2만 달러 아래로 하락하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봤다.
사파이는 "상대적으로 거래량이 적은 것을 감안하면 비트코인이 2만5000달러를 넘어서는 데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해당 가격에 대한 지지가 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일부 거래자들이 차익실현을 원하고 있는 만큼 즉각적인 하락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경제 전망이 다시 약해지기 시작하면 비트코인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개선되고 있을 수 있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징후가 여전히 많다"라며 우려를 내비쳤다.
이어 "지난해 FTX, 쓰리애로우 등의 실패로 가상자산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 자신감이 돌아오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관련 악재들이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고, 비트코인은 단기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짚었다. 최고치 경신까지 오래 걸릴 것…이더리움 등 지위 높아져
비트코인의 내년과 내후년 전망에 대해 사파이는 "현실적으로 비트코인이 이전 최고치를 다시 기록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본다"라며 "천천히,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답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내년에 5만 달러 혹은 10만 달러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말을 듣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그들은 단지 당신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더리움 등 다른 블록체인들이 전통 금융 바깥에서 더 많은 활동을 유치하고 다른 산업으로 유입될수록 비트코인보다 더 매력적인 지위에 올라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파이는 "비트코인 레이어2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개발은 다른 결제 네트워크 만큼 빠르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라며 "이더리움을 포함한 다른 레이어1들이 더 많이 채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비트코인의 느린 거래 속도 등을 개선하기 위해 나온 오프체인 거래 솔루션이다.
그러면서 "비트코인은 본래 의도했던 '탈중앙화 화폐' 보다는 보안 혹은 투자와 더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며 "물론 비트코인이 가까운 미래에 최고의 가상자산으로 남겠지만, 이더리움과 같은 다른 토큰들이 궁극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더 많이 가져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알트코인과 관련해서는 "종류가 방대한 만큼 전반을 아우르는 답변을 내놓기 어렵지만 특히 디파이와 파생상품이 다시 탄력을 받기 시작하면 흥미로운 거래 기회가 많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반 투자자들이 알트코인을 통해 지난 2021년 때처럼 빠르게 이익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로 지속 성장 전망…'크립토윈터' 현재가 전환점
장기적인 가상자산의 잠재력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했다.
사파이는 "최고의 프로젝트들이 그들의 개발을 지속해 나가고 있고, 전통 금융권은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필요로 하고 있다"면서 "가상자산 거래의 기반이 되는 인프라는 특히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가상자산 업계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파이는 "우리는 이미 기관, 트레이딩 회사, 헤지펀드, 개인 투자자들에게 많은 자본을 제공하던 주요 가상자산 대출업체들이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다"라며 "일반인이 가상자산을 담보로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될 것이며, 이는 시장에서 거품을 없앨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트레이더 역시 상당한 자본을 포기하지 않고는 포지션 규모를 늘릴 수 없게 됐다"고 짚었다.
그는 "일부 회사와 프로젝트들이 문을 닫은 건 그들이 나쁜 행위자라서가 아니라 단순히 현금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벤처캐피털(VC)의 활동이 다시 활발해지기 시작하겠지만 지난 2020년~2021년과 같은 대규모 투자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호황기에 투자했던 많은 프로젝트가 경제적으로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면서도 "이 산업에 대해 우울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난 몇 년간 너무 크고 너무 빠르게 성장한 만큼, 이번 크립토윈터는 시간이 지나면서 생태계가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리스크 관리가 개선되고 투자자들은 더 현명해질 것이며, 최고의 프로젝트는 지속적으로 건전한 자금을 유치할 것이고, 혁신은 가상자산의 정당한 원동력이 되어줄 것"이라며 "10년 뒤 현재를 돌아보면 지금이 전환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만의 투자 원칙 세워야…파생상품 매력 높아질 것
마지막으로 투자자들에게 조언하는 트레이딩 전략도 첨언했다.
사파이는 "단순하게 생각하라"며 "당신의 트레이딩 전략에 있어 단기 투자가 맞을지 장기 투자가 맞을지 여부를 놓고 결정하라"고 말했다. 이어 "모두가 투자한다고 해서 혹은 누군가 디스코드에서 언급한다고 해서 따라 투자하지 마라. 그런 시대는 끝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관의 경우, 옵션의 인기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라며 "다양한 자산에 대한 접근을 단순화하고 확대할 수 있는 파생상품을 개발하고 있는 몇군데 디파이 업체들이 있다. 이들은 향후 1~2년 내 트레이딩 회사, 기관, 수준 높은 투자자들에게 흥미로운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이 시장에서 돈을 버는 것은 더 똑똑해지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많은 개인 트레이더, 주요 트레이딩 회사가 떠났기 때문에 경쟁이 덜해졌다고 볼 수 있지만 남은 트레이더들은 더 적은 풀을 놓고 싸우고 있다는 점을 주의하라"고 덧붙였다.
양한나 블루밍비트 기자 sheep@bloomingb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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