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주가에 대한 증권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대규모 자사주 매입·소각이라는 '호재'가 나왔지만 본업인 게임사업의 성장성에는 '물음표'가 찍힌 상태여서다.
9일 삼성·한화투자·현대차증권은 크래프톤 목표주가를 일제히 끌어올렸다. 삼성증권은 16만원에서 18만원, 한화투자증권은 20만원에서 22만원, 현대차증권은 22만4000원에서 26만원으로 각각 상향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배틀그라운드는 전성기의 85~90% 수준 매출과 40%대 마진을 유지 중"이라며 "신작 부진 우려가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돼 투자 매력도가 높다"고 말했다.
반면 SK·미래에셋·신한투자증권은 목표가를 줄줄이 하향했다. SK증권은 30만원에서 20만원, 미래에셋증권은 29만원에서 25만원, 신한투자증권은 21만원에서 19만원으로 눈높이를 낮췄다.
이들 증권사는 크래프톤이 '배틀그라운드'를 이을 차세대 수익원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가장 우려했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올해 출시 예정인 대형 신작이 없어 단기적 모멘텀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소중 SK증권 연구원은 "인도 서비스 중단과 중국 게임시장 역성장으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매출이 줄었고, 작년 12월 출시한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성과도 부진하다"고 지적했다.
전날 크래프톤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매년 자기주식을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사들인 자사주는 전량을, 2024~2025년 취득한 자사주는 최소 60% 이상을 소각한다. 회사 측은 올해 주주환원에 투입될 금액을 1500억원 안팎으로 예상했다. 상장사가 자사주를 사들여 없애면 주식 유통물량이 줄어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이런 주주환원 정책에도 박한 평가를 내렸다. 강석오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자사주 소각은 주주가치 제고에 분명 긍정적"이라면서도 "크래프톤은 캐시카우를 늘리고 AAA급 개발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인데 최선의 선택인지 다소 아쉽다"고 했다. 지금은 돈을 게임 개발에 쏟아부을 때라는 얘기다.
이날 크래프톤은 전날보다 5.73% 급락한 18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초(46만원)와 비교하면 60% 이상 떨어졌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