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이자이익이 30조원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으로 전년보다 이자이익 20% 넘게 급증해서다.
기준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은행들이 대출금리는 빠르게 올리면서 예금금리는 더디게 인상하는 식으로 예대마진을 늘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대금리차 확대에 '이자이익' 껑충9일 금융권에 따르면 작년 이자이익은 국민은행 9조2910억원, 신한은행 8조4775억, 우리은행 7조4177억원이다.
이날 오후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하나은행도 우리은행과 비슷한 7조원대 이자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4대 은행의 작년 이자이익은 32조원에 달한다. 2021년(27조905억원)과 비교해 20%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 같은 은행의 최대 실적으로 모기업인 KB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16조원을 웃도는 순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적 발표를 앞둔 하나금융도 2021년 순익(3조5216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4대 금융지주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이다. 역대 최대였던 2021년(14조5429억원)에 비해서도 10% 이상 증가했다.
4대 금융지주 모두 핵심 계열사인 은행이 실적 상승세를 견인했다. 은행이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로 벌어들인 이자이익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주식시장 부진 등으로 계열 증권사의 수수료 이익 등이 급감한 탓이다.
우리은행의 이자이익 전년 대비 증가율이 25.3%로 가장 컸고 국민은행(20.2%) 신한은행(16.3%) 순이었다.
은행권 예대금리차는 확대되는 추세다.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은행 잔액 기준 평균 대출금리와 수신금리의 차이는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2021년 12월 2.21% 포인트에서 작년 12월엔 2.55%포인트로 0.34% 포인트 확대됐다. ○새해에도 예금금리는 떨어져금융당국이 지난해 11월 이후 대출금리를 인하하기 위해 은행권의 수신금리 인상 자제를 요청한 이후 예대금리차는 오히려 확대되는 추세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정책서민금융(햇살론뱅크·햇살론15·안전망대출)을 제외한 국내 17개 은행(산업·한국씨티은행 제외)의 가계부문 평균 예대금리차는 1.73%포인트로 작년 12월(1.63%포인트)보다 0.1%포인트 커졌다.
당국의 수신금리 인상 자제령 이후 은행들이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를 더 많이 낮춘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 들어서도 예금금리 하락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3.5%)보다 낮은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대표 정기예금인 ‘KB스타 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금리는 연 3.48%, 농협은행의 ‘올원e예금’은 연 3.36%로 기준금리를 밑돌았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이 은행예대금리차만 확대해 은행들의 배만 불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