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후계자로 딸 김주애를 내세우고 있다는 해석이 미국 유력 일간지에서 나왔다. 김주애가 김 위원장 부부 사이 정중앙에 자리 잡은 사진이 공개되면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8일(현지시간) '김정은은 딸이 예상되는 후계자라는 가장 분명한 신호를 보낸다'고 보도했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7일 김 위원장 부부가 김주애와 함께 군 장성 숙소를 찾았다고 보도하면서 김주애가 헤드테이블에서 김 위원장 부부 사이에 앉고 그 뒤로 군 장성들이 병풍처럼 서 있는 사진 등을 공개했다. 통신은 지난해 보도에선 '사랑하는 자제분', '존귀하신 자제분'이라고 한 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존경하는'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WP는 "10∼11세로 추정되는 주애가 통상 리더를 위한 자리인 사진의 한가운데에 있음을 보여준다"며 "테이블에서 최고위 장성들이 이 가족 뒤에 서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김씨 일가의 정통성을 주장하는 데에 군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매체는 분석했다.
이어 "그(김주애)의 머리는 스타일리시한 어머니인 리설주를 연상케 하며, 검은 스커트 의복과 실용적인 구두를 신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선중앙통신) 보도는 이 소녀의 이름과 나이를 제공하지 않았고, 그를 단지 김정은의 '존경받는' 딸이라고만 했다"며 "이 형용사가 사용된 것은 이전의 '사랑하는'에서 분명히 업그레이드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WP는 "그는 은퇴한 미프로농구(NBA) 스타 데니스 로드먼이 2013년 평양 방문 당시 안고 있었던 '주애'로 불렸던 소녀로 추정된다"고도 전했다. 로드먼은 2013년 방북 직후 영국 가디언 인터뷰에서 '나는 그들의 딸 주애를 안았고, 리(설주)씨와도 얘기했다'고 한 바 있다. 김정은의 딸 이름이 공개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김주애는 2013년생으로 추정된다.
WP는 북한의 이런 보도는 김주애의 인지도를 높이려는 것으로, 그가 후계자로 선택됐는지에 대한 의문의 여지가 없다는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의 분석을 전했다. 정 실장은 김씨 일가가 자랑스러운 혈통이며 그 가문이 통치하는 것만이 옳다는 얘길 태어나면서부터 들어온 북한 주민들이 4대째 통치를 수용할 수도 있지만, 북한의 가부장 체제가 여성 통치자를 받아들일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분석했다.
사진은 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2월 8일) 전날 평양의 양각도 호텔에서 열린 연회에서 찍은 것이다. 이 호텔은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구금돼 뇌사 상태에 빠지기 직전에 머물던 장소라고 WP는 전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