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산별 노조에서 나오려는 지회나 지부 노조들은 탈퇴 방법으로 하나같이 ‘조직형태 변경’을 선택하고 있다. 기존 조합비와 조합 소유 재산에 대한 권리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별 노조들은 “조직형태 변경 방식의 집단 탈퇴를 놔두면 대오 이탈이 걷잡을 수 없어진다”며 결사적으로 막아서고 있다.
8일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해 민주노총 탈퇴를 시도한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사무금융노조 금융감독원 지부 등은 ‘조직형태 변경’ 방식으로 상급 단체인 산별 노조 탈퇴를 추진했다. 산별 노조 소속의 지부·지회가 산별 노조를 탈퇴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해당 지부·지회의 조합원들이 개별적으로 탈퇴해 새 노조를 만드는 방법과 ‘조직형태 변경’을 통한 방법이다.
조직형태 변경은 노조가 해산하지 않고 실체를 유지하면서 형태만 변경하는 제도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규정돼 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조합원이 노조를 개별 탈퇴하면 기존 조직에서 더 이상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며 “이 경우 지부나 지회에 쌓여 있는 조합비와 조합 소유 부동산 등 재산과 관련한 권리를 전부 포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산별 노조에서 기업별 노조로 조직형태를 변경하면 노조는 그대로 유지된 채 조직이 산별 노조에서만 탈퇴하는 것이어서 조합원들이 노조 재산과 노사 간 체결한 단체협약 등 기존 권리를 그대로 이어갈 수 있다. 이 때문에 산별 노조들은 조직형태 변경만큼은 어떻게든 막으려 하고 있다.
한 노동법 전문가는 “조직형태 변경 제도는 원래 기업 노조가 산별 노조에 재산 등의 손실 없이 가입할 수 있게 해주려고 만들어진 것”이라며 “조직형태 변경을 통한 산별 노조 가입은 쉬운데, 탈퇴는 어렵게 해야 한다는 노동계 논리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질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곽용희/오형주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