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후 중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수소공급처로서 중동의 역할이다.
중동 국가들은 재생에너지, 원전 등 탈탄소 전원을 확충할 계획이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에 약 1010억달러, 송배전 사업에 379억달러를 투자해 전력의 50%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한편, 원전에도 40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한다. UAE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부문에 1600억달러를 투입해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생산을 이룬다는 전략이다. 2019년 태양광발전 설비 3GW 수준을 2023년에 7.1GW 수준으로 늘리고, 원전은 상업운영 중인 바라카 원전 1, 2호기에 더해 3, 4호기를 이른 시일 내 운영하는 등 2050년까지 전력 공급량의 6%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원전은 한 번 가동하면 지속적으로 운영해야 하며, 재생에너지는 변동성이 높아 전력 저장의 어려움과 해외 송전의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동 국가들의 탈탄소 전원 확충 계획 이행을 위해서는 수소 생산이 불가피해 보인다. 전력의 저장과 해외 이동성의 한계는 수소 생산으로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전과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 중 잉여전력을 핑크수소, 그린수소로 전환해 이를 수출한다면 중동은 원유 수출국에서 수소 수출국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사우디는 세계 최대 수소 수출국을 목표로 2030년 400만t의 수소 생산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린수소 생산을 위해 ‘비전2030’ 일환으로 네옴시티에 50억달러의 세계 최대 규모 수소 생산 공장 구축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UAE는 2030년까지 세계 수소시장 점유율 25%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2021년 1월부터 아부다비 키자드(KIZAD) 산업단지에 그린수소 생산시설 건설을 추진 중이며, 2025년 완공되면 800㎿급 태양광발전을 활용해 연간 20만t의 그린 암모니아 생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두바이수전력청(DEWA)도 2018년 독일 지멘스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그린수소 생산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야심찬 계획에도 불구하고 한계점은 있다. 사우디는 수소 생산, 유통, 활용 측면에서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해 해외 기업과의 협력이 불가피하다. UAE는 저비용 천연가스, 수소 운송시설로 전환 가능한 천연가스 운송시설 등 블루수소 개발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으나 기술력과 수송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수소경제 주도권은 잠재적 수소생산국이 아니라 기술력이 있는 국가가 가질 전망이다. 특허에 있어서 우리는 수소 전 부문에서 유럽연합(EU), 일본 등에 이어 세계 4위이고, 특히 연료전지 부문은 세계 3위 국가다. 중동의 수소정책과 우리 기술력이 결합한다면 시너지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대통령의 UAE 방문 때 산업통상자원부는 UAE의 산업첨단기술부와 한·UAE 포괄적 전략적 에너지파트너십 MOU를, 국토교통부는 UAE의 에너지인프라부와 수소 협력 MOU를 체결하는 등 많은 협정과 양해각서를 맺었다. 앞으로 수소·암모니아 생산공급, 수소모빌리티 보급 등 다양한 협력 사업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런 기회를 통해 UAE와의 수소 협력 경험을 축적해간다면 이는 중동 전 지역으로 뻗어가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