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은 다사다난하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에너지 위기의 한 해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원유, 석탄에 이르기까지 화석연료의 반격이 거센 한 해였다. 전쟁으로 공급망이 훼손되면서 에너지 인플레이션이 확대된 것은 사실이나 에너지 위기의 불씨는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내재돼 있었다. 화석연료 투자는 급감했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바람을 타고 친환경 투자 일변도로 흘렀지만 전기차에 들어가는 전기는 석탄과 천연가스로 생산되고 공장에서는 연료와 원료를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도 어쩔 수 없이 석탄 발전을 늘려 가격 안정화를 꾀하고 있고, 전 세계가 에너지 위기를 힘겹게 넘긴 한 해였다.
올해는 작년과 매우 다를 것이라는 예측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 같다. 전 세계의 인플레이션이 하향 안정화 추세로 돌아서며 미국 중앙은행(Fed)이 고이자율 강달러 정책을 반전(pivot)하며 경기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이 대세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너무 이른 감이 없지 않다. 역사상 수많은 경기 침체 속에서 다시 회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산가격이 폭락하거나 이자율이 하락하면서 재투자를 통해 새로운 경기 회복력을 견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나, 이제는 이런 재순환의 상승 사이클로 가는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길고 얕은 빈번한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반복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에너지 가격 인상으로 시작된 인플레이션이 서비스와 인건비로 이미 옮겨갔으며 인플레이션이 사라질 만하면 다시 에너지 가격이 인상돼 경기 침체의 위기를 부추기는 경기사이클이 향후 수십 년간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재생에너지를 통한 친환경 전기 생산은 에너지 전환의 정말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미국 EIA에 따르면 1차 에너지에서 최종 에너지 소비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전기는 약 50%, 즉 반 정도만 담당하고 있다. 나머지 산업, 가정, 건물 등에서 소비하는 에너지원은 50%가 열에너지다. 만약 전기화를 통해 열로 소비하는 공정과 연료의 에너지원을 전환해야 한다면 전기화 효율은 약 35%에 불과해서 매우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천문학적 비용으로 귀결된다.
특히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로 전환한다면 한국의 경우에는 이보다 훨씬 낮은 효율(평균적으로 태양광 15%, 풍력 22%)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비용을 수반해야 한다. 특히 남해안과 제주도부터 계통을 연결해야 하고, 간헐성과 변동성을 보완하기 위한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백업 전원이 필요하게 된다. 결국 모두 비용 상승 요인이며 고비용 에너지 구조로의 전환이기 때문에 더딜 수밖에 없고 비현실적일 수도 있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어 인플레이션은 조금만 방심해도 되살아날 것이다. 중국의 코로나 보복 수요가 터지면 천연가스와 석유제품부터 가격 인상이 현실화할 것이다. 공급은 여전히 불안하며 세계 인구는 증가하고 있다. 친환경 재생에너지 설비 확충을 통한 전력화만이 유일한 대안인 것처럼 진행해선 안 된다. 올해도 화석연료뿐만 아니라 중요 광물자원의 가격도 동시에 상승할 것이고,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설치 단가와 배터리 단가도 동시에 급상승할 것이다. 에너지를 둘러싼 불안한 정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비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