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있어도 전시회 표를 못 산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요즘 인터넷에는 이런 불만 글이 자주 올라온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전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달 16일 인터파크가 진행한 2월 중순 이후 티켓 예매는 단 하루 만에 폐막일(3월 1일) 치까지 ‘완판(완전 판매)’됐다. 이제 전시를 보려면 현장 판매분을 사야 하는데, 이 역시 쉽지 않다. 평일에도 판매 시작 직후 표가 다 팔리는 바람에 박물관 문이 열리기 전부터 줄을 서야 구입할 수 있다. 전시회에 다녀온 사람들이 호평하면서 못 본 사람은 더욱 아쉬워한다.
8일 국립중앙박물관과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이 전시를 2주간 연장한다고 전격 발표한 것은 이런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다. 이번 결정으로 폐막일은 3월 15일로 변경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봄방학이 끝나는 삼일절까지만 전시를 여는 게 원래 계획이었지만, 국민의 관심과 성원이 너무 커서 전시 기간을 연장하게 됐다”고 했다.
박물관 설명대로 전시는 ‘역대급 흥행’을 기록 중이다. 이날 기준 관람객이 24만 명을 넘어섰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가운데 2016년 연 이집트 보물전(37만명) 이후 7년 만의 최고 기록이다. 쾌적한 관람과 사고 방지를 위해 입장객을 시간당 300명(하루 2400~3200명)으로 제한한 것을 감안하면 실제 관람 수요는 훨씬 많다. 사비나 하그 빈미술사박물관장은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에 보낸 편지에서 “전시가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소식에 매우 기쁘다”며 “이번 전시로 양국 관계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에 나온 96점의 작품은 600년간 유럽을 호령한 합스부르크 가문이 세계 전역에서 긁어모은 걸작들이다. 페테르 파울 루벤스, 디에고 벨라스케스, 안토니 반 다이크 등 평소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서양미술사 거장들의 작품이 즐비하다. 작가들 이름값뿐만 아니라 작품의 질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작인 ‘흰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는 테레사 공주를 그린 작품 가운데 백미로 꼽힌다.
‘꼭 봐야 하는 전시’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관람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연차나 반차를 내고 전시를 보러 왔다는 직장인도 많다. 미술 전문가 사이에서도 호평이 쏟아진다. 이명옥 사비나미술관 관장은 “전문성과 대중성을 모두 잡은 전시”라며 “미술관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봐도 작품과 구성 모두 수준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3월 2~15일 치 티켓 예매는 2월 10일 오전 10시부터 인터파크와 예스24, 네이버에서 시작한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더 많은 관람객에게 전시 관람 기회를 제공하게 돼 기쁘다”며 “‘N차 관람’을 하며 전시의 감동을 다시 느껴보고 싶은 관람객에게도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과 끈끈한 협력 관계를 이어 나갈 방침이다. 오는 6월에는 빈미술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 유물들이 한국을 찾는다. 이 전시는 향후 4년간 계속된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