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런’이란 신조어는 명품 열풍에 힘입어 이제 초등학생들도 다 아는 단어가 됐다. 백화점 문을 열자마자(오픈) 뛰어야(런),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같은 명품 핸드백을 살 수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하지만 공연 애호가에게 오픈 런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애초 오픈 런은 ‘폐막일을 미리 정하지 않고 찾는 사람이 없을 때까지 계속 공연하는 방식’을 일컫는 공연 용어여서다. ‘리미티드 런’은 반대로 폐막일을 미리 정해두고 무대에 올리는 방식을 말한다.
세계 연극·뮤지컬 메카인 영국 런던의 웨스트엔드와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에는 1년 내내 똑같은 공연을 똑같은 공연장에서 여는 오픈 런 공연이 많다. 아예 특정 공연만 10년 넘게 거는 전용관도 있다. 브로드웨이 최장기 공연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무려 35년간 전용관에서 오픈 런으로 공연했다. 뮤지컬 ‘캣츠’는 웨스트엔드에서 21년, 브로드웨이에서 18년간 무대를 이어갔다.
국내에서 뮤지컬로 오픈 런 공연을 여는 것은 어려운 편이다. 중대형 작품을 올릴 만한 극장이 예술의전당 블루스퀘어 샤롯데씨어터 등 몇 개 없어서다. 그러니 특정 뮤지컬에 오랫동안 자리를 내주면 형평성 시비가 불거진다. 그래서 국내 뮤지컬은 통상 3~5개월 정도 공연한 뒤 짐을 싼다. 이렇게 짧은 기간 안에 수익을 내야 하는 탓에 티켓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조명을 새로 설치하고, 무대를 꾸미는 것도 다 돈이다. 그래서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대형 작품 대부분은 초연에선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다. 시차를 두고 다시 무대에 올려야 무대 설치비 등을 아끼면서 수지를 맞출 수 있다.
오픈 런은 서울 대학로 연극가에서 간혹 찾아볼 수 있었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많이 사라졌다. ‘옥탑방고양이’ ‘쉬어매드니스’ ‘늘근도둑이야기’ ‘오백에 삼십’ 등이 명맥을 잇는 정도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