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전세 사기 방지를 위한 법안을 2월 임시국회 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세 사기 피해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관련 법안은 2년넘께 상임위에 계류돼 있어 '뒷북 대책'이란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7일 “‘빌라 왕 사태’로 불거진 전세 사기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구제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상공회의소에 위치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피해지원센터를 방문해 전세 사기 피해자 3명의 애로사항을 들었다. 이 대표는 “당에서는 가능한 예방책이 어떤 게 있는지, 피해가 발생한 이후라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구제할 방안이 어떤 게 있을지 검토할 것”이라며 “입법할 건 입법하고 정부와 협력해 가능한 정책 제안도 함께 만들어 내겠다”고 밝혔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2월 중 전세 사기 방지 6대 법안 통과를 공언한 상태다. 6대 법률안은 ‘나쁜 임대인 명단’을 공개하는 내용이 포함된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을 포함해 임대인 동의 없이 미납세금 열람을 허용하는 지방세징수법 개정안, 주택임대차보호법, 민간임대주택법, 공인중개사법, 감정평가사법 등이다.
최근 전세 사기 피해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여야 모두 관련 대책 마련에 입을 모았지만, 속도를 낼지는 불투명하다. 소관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원회에는 2021년부터 관련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지만 논의가 이뤄진 적이 없다. 지난해 말에는 예산안 내용 등을 둘러싸고 여야 갈등이 격화되면서 상임위가 파행을 거듭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여야 관계가 악화 일로를 겪고 있어 법안 세부 내용을 두고 이견이 불거질 가능성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역전세난과 깡통전세 피해는 예견된 수순이었다”며 “2년 넘게 제대로 된 논의를 안 해 놓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빌라 왕 사태’는 여러 깡통주택을 보유한 이른바 빌라 왕들로부터 다수 세입자가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를 본 사건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 보증 사고액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약 1조2000억원이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