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연면적 33만㎡ 아시아 최대 규모의 대구 풀필먼트센터(FC)를 국내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비밀기지’로 불릴 만큼 경비가 삼엄한 곳이다. 쿠팡에 있어 물류센터는 사업의 핵심 중 핵심이다. 주문된 상품을 빠르게 분류해 배송지에 보내지 못하면 소비자는 떠난다.
쿠팡이 창립 이후 12년 동안 약 6조2000억원을 물류센터 준공에 투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정훈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전무는 “대구 풀필먼트센터는 커머스의 미래라고 믿는 것을 구축하기 위해 쿠팡이 투자한 결과물”이라며 “쿠팡의 물류 혁신 기술을 소개하고 비전을 공유하기 위해 대중에 공개했다”고 말했다. ‘쿠팡의 심장’ 대구FC
지하 2층부터 10층 규모의 쿠팡 센터는 단일 물류시설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물류센터 전체가 ‘로봇 공장’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부분에서 무인화가 진전돼 있었다.
쿠팡FC는 크게 1층 허브센터와 5층 재고 적재창고, 7층 상품 분류센터로 나뉘어 있다. 7층은 소비자의 주문을 받은 상품을 분류하고 임시로 저장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하나에 약 1000kg, 2m에 달하는 선반(렉)들이 마치 마법에 걸린 듯 움직이는 장관을 볼 수 있다. 통상 물류센터는 근로자들이 고정된 선반에 있는 상품을 운반하는 ‘Person to Goods(펄슨투굿)’방식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선반 바닥에 있는 AGV로봇을 이용하면 선반들이 사람에게 오는 ‘Good to person(굿투펄슨)’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다.
바닥에 놓인 AGV로봇이 바닥에 그려진 QR코드를 따라 근로자들에게 가는 방식이다. 선반이 근로자 앞에 도착하면 화면에 주문된 상품 이미지가 뜬다. 근로자는 간편하게 물건을 집어 정해진 박스에 넣으면 된다.
1층은 ‘물류의 꽃’으로 불리는 허브센터가 자리해 있다. 7층에서 분류된 상품을 포장한 뒤 각 지역으로 나누는 곳이다. 이곳에서도 로봇을 사용한다. 수백 대 ‘분류로봇’이 송장을 스캔해 배송 정보를 인지한다. 이후 제주·대구·경북 등 각 지역으로 분류하는 방식이다.
허브센터는 통상 물류센터 업무 중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곳으로 여겨지지만, 최근에는 여성이 근무할 정도로 업무가 쉬워져졌다. 분류된 상품은 전국 캠프로 이동한다. 이후에는 쿠팡맨이 고객에게 상품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매년 7000억원 넘게 풀필먼트에 투자
쿠팡은 종합 테크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매년 풀필먼트 센터 건립에 7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투자하고 있다. 2019년 2495억원에서 2021년 7485억원으로 2년 사이 200% 늘어났다.
물류센터는 점차 무인화 되고 있다. 사람과 로봇과의 협업이 이번 대구FC의 특징이다. 재고를 쌓아놓는 5층 창고에서 잘 볼 수 있다. 이곳에는 무인지게차를 이용해 상품을 적재하고 있다. 무인지게차가 다니는 공간은 사람이 다닐 수 없도록 통행을 금지해 놨다. 만약 근로자가 들어가면 자동으로 지게차가 정지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중대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쿠팡FC는 2500명을 직접고용하고 협력업체 직원 등 1만명을 간접 고용한다. 무인지게차 운전과 무거운 상품 운반 등 어렵고, 힘든 3D 업종은 모두 로봇에게 맡기고, 사람은 로봇의 도움을 받아 상품을 분류하고 적재하는 식이다. 쿠팡 측은 “쿠팡 FC에는 지게차 운전 종사가 거의 없을 정도로 무인화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