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인 안철수 의원이 사면초가에 놓였다. 대통령실이 ‘방해꾼’ ‘적’ 등의 표현을 동원해 정면 비판하면서 당내에선 사실상 ‘반윤 주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여기에 이준석 전 대표와 가까운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의 부상으로 비윤계 표가 분산될 가능성도 커졌다. 尹 직격에 고심 커지는 安6일 정치권에 따르면 안 의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 출연 이후 오후 예정된 독거노인 무료 배식 봉사와 방송 출연 등의 일정을 취소했다. 안 의원 캠프 관계자는 “‘숨고르기’로 봐 달라”며 “경선이 너무 과열된 상황에서 정책 비전을 좀 더 가다듬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이 공개 일정을 일부 취소한 데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이 증폭된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이 “윤핵관이라는 말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앞으로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안 의원을 직격한 만큼 선거 전략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간 안 의원은 ‘윤심은 없다’며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잇단 메시지를 윤 대통령 생각과 분리하는 전략을 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직접 안 의원을 비판하면서 이런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의원 캠프에선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으면 ‘당심 1위’를 달리던 나경원 전 의원이 대통령실과 친윤계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았던 상황과 비슷한 흐름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의 발언 여파로 안 의원의 지지세가 꺾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상당수 당원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함께 ‘더 이상 분열은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대통령실 행보가 과하긴 하더라도 집권 2년차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후보에게 관심이 쏠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계 부상…비윤 표 분산이 전 대표 지원을 받고 있는 천 위원장이 당대표 선거에 뛰어든 것도 변수다. 천 위원장 출마로 ‘친윤 대 비윤’ 구도는 더 뚜렷해졌다. 나 전 의원 불출마 선언 이후 안 의원에게 일시적으로 몰렸던 비윤계 표심이 천 위원장으로 일부 이동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안 의원은 ‘대통령 연대보증인’이라며 친윤 후보임을 강조했는데 대통령 생각은 이와 다르다는 게 드러났다”며 “안 의원의 전략적 스탠스가 모호해졌다”고 설명했다.
안 의원 측은 일단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것은 피하려는 분위기다. 안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나와 ‘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라는 표현에 대해 “윤 대통령의 국정과제를 충실하게 존중하면서 실행에 옮기겠다는 뜻이었는데 그걸 나쁜 표현이라고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쓰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윤핵관이란 말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어감들이 있어 저도 쓰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안 의원의 지지세 하락이 미미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대통령실의 과도한 당무 개입에 따른 역풍이 안 의원에게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20~30대와 수도권 당원의 투표율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최근 발언 및 메시지에 당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관건”이라며 “친윤계 후보가 1차 투표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결선투표 결과는 예측불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