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순위 청약까지 마친 아파트 재건축조합이 대규모 미분양 우려에 분양가를 낮춰 재계약에 나선다. 인근 시세 하락으로 분양가 메리트가 사라진 데다 단기간에 중도금을 내는 ‘후분양 아파트’라서 가격 할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경기 안양시 호계동 ‘평촌 센텀퍼스트’(덕현지구 재개발·조감도) 조합은 지난 4일 긴급 총회를 열고 일반 분양가를 3.3㎡당 평균 3211만원에서 2889만원으로 10% 내리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최종 분양가는 최고가 기준 전용면적 59㎡가 7억2720만원, 전용 84㎡ 기준 9억6480만원이 될 전망이다. 조합은 입주자 모집공고를 수정해 안양시로부터 승인을 받은 뒤 당초 이달 6일이었던 계약 일자를 연기할 계획이다.
분양 수익 감소를 감수하고 할인 분양을 결정한 것은 지난달 진행한 1·2순위 청약에서 평균 경쟁률 0.3 대 1의 저조한 성적을 기록해서다. 대규모 미계약분이 발생하면 무순위 청약을 거쳐 선착순 계약을 진행할 수 있지만, 끝까지 미분양으로 남을 경우 조합이 시공사에 치를 잔금 등 자금을 마련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이 단지의 청약 흥행 실패로 인근 단지보다 비싼 분양가를 꼽았다. 인근 ‘평촌 어바인퍼스트’(2021년 준공·3850가구) 전용 84㎡는 지난달 8억6000만원에 팔렸다. 평촌 센텀퍼스트 동일 면적 최고 분양가(9억6480만원)에 비해 1억원 이상 저렴한 가격이다.
후분양 단지인 것도 부담이 됐다. 조합은 2020년 선분양을 계획했다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 기준에 따라 3.3㎡당 분양가가 1810만원으로 결정되자 수익을 높이기 위해 후분양으로 전환했다. 분양을 미루면서 최종 분양가는 3.3㎡당 2889만원으로 59% 올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단기간 내 자금 조달이 어려운 청약 수요자의 청약 포기로 이어졌다. 이 단지는 계약 시 계약금 10%를 낸 뒤 오는 6월까지 중도금 10%, 입주 기간인 11월까지 잔금 80%를 치러야 한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이사는 “분양가를 올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높은 분양가가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며 “특히 후분양 단지는 선분양에 비해 분양가도 높은 데다 납부 기한이 짧아 고금리 시대에 청약 수요자들로부터 외면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