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회사 고객서비스팀에 재직하는 10년차 과장급 직원입니다. 같은 팀에는 A과장과 비슷한 연차의 C가 재직하고 있었습니다. 둘은 비슷한 시기에 입사해 같은 부서에서 서로에 대한 경쟁의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한편, B팀장은 20년차 부장급 직원입니다. 고객서비스팀 팀장 역할을 맡고 있으며, A와 C에게 팀 업무의 상당부분을 위임하고 공유하고 있습니다.
해당 회사는 연말마다 평가를 진행합니다. 1차로 팀장이 평가하고, 2차로 본부장 평가를 거친 후 부서별 평가점수 조정을 거쳐 최종 평가점수가 확정됩니다. 평가점수는 급여 인상 및 승진 등의 기초자료로 활용됩니다.
평가 방식은 인사 평가 기준에 따라 정해진 평가 요소별로 점수를 부여해, 합산점수별로 등급을 매기는 방식이었습니다(최고 1등급, 최저 3등급).
A는 2021년 연말 평가결과 3등급이 부여된 사실을 확인하고는 납득하기 어려워 B팀장에게 면담을 신청했습니다. 면담자리에서 A가 B팀장에게 본인의 평가가 왜 그러한지를 묻자, B팀장은 본인은 A에게 2등급에 해당하는 점수를 부여하였으나, 2차 평정 및 부서별 조정 과정에서 3등급으로 전환된 것 같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럼에도 A는 용납하기 힘들다고 B팀장에게 항의했고, 이에 B팀장은 A의 사기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다음번 평가 때는 반드시 3등급 이하가 나오지 않도록 해 승진에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이후 시간이 흘러 2022년 연말 평가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A는 2022년 평가에서도 최종 3등급 결과를 수령하였습니다. A를 더 화가 난 것은 비슷한 연차의 C는 차장으로 승진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격분한 A는 B팀장에게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면담자리에서 A는 왜 본인이 또 3등급인지를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B팀장은 2022년 평가 기준대로 요소별로 평가하니 3등급이 나와 본인은 원칙대로 해당 점수를 부여했다면서 2021년 평가와 비교까지 하며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A는 이에 대하여 본인과 한 과거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음에 대해 설명을 요구했고, B팀장은 원칙대로 평가하는 것이 본인의 역할이자 책임임을 재차 답했습니다.
이에 A는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에 2차 평가자인 본부장을 만나고 B팀장을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로 신고하였습니다.
B팀장이 평가 및 승진에 관한 사항을 약속하고 지키지 않은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까요?
우선, B팀장이 본인부서 소속 A에 대하여 지위의 우위가 있으며, 이러한 우위를 이용하여 평가 등 행위를 해온 사실에는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B팀장이 2022년 평가를 하면서 A에게 약속과 다른 3등급을 부여한 행위로 인하여 A가 정신적 고통을 느끼고 근무환경이 악화되었다고 평가할 여지도 있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B팀장의 A에 대한 평가 행위에 대하여 괴롭힘 성립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관건일 것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선 행위일 것이 요구됩니다. 문제된 행위가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것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①그 행위가 사회 통념에 비추어 볼 때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②업무상 필요성은 인정되더라도 그 행위 양태가 사회 통념에 비추어 볼 때 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어야 합니다.
해당 사안에서 B팀장이 본인의 평정권한을 오·남용한 바 없이 평정기준에 맞추어 평점을 부여한 결과 3등급이 나왔다면 괴롭힘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회사의 인사평가 기준은 객관적 기준에 따라 평가요소별 평가 방식으로 사전에 정해져 있고, 그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이 된 것이라면 B팀장이 자신의 재량에 따라 임의로 평가를 했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업무상 적정범위를 벗어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기존 발언에 따른 특혜로 기준을 무시하고 2등급을 부여하여 승진대상에 올리는 것이 본인의 평정권한을 남용하는 것이 될 수 있고, 그와 같은 권한의 남용으로 인해 직원C에게 평가 및 승진 등에 불이익이 발생한 결과로까지 이어졌다면 오히려 직원C가 괴롭힘을 주장할 수도 있을 사안이 됩니다.
직장 내 괴롭힘 성립 여부와 별개로, 평가에 대하여 보장할 수 없는 약속을 하는 행위 등은 리더십 또는 조직 내부 규율 준수 등 차원에서 지양할 필요가 있는 행위로 보입니다. 특히 구성원들은 리더의 차별행위나 편애, 불공정에 대해 매우 민감합니다. 인사 평가 및 승진에 대한 구성원들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된 인사평가시스템을 마련하고 리더들은 구성원들에 대하여 차별대우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재민 행복한일연구소/노무법인 파트너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