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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투자 시장이 위축과 경기 침체 우려로 국내 스타트업 업계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내 법적 분쟁이 증가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죠. 최앤리 법률사무소의 최철민 대표가 올해 스타트업이 주목해야 할 기업 법무 이슈를 한경 긱스(Geeks)를 통해 소개합니다.
2023년 스타트업이 주목해야 할 기업 법무 이슈 '톱3'
새해를 맞이했지만 많은 기업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 같다. 유례없는 금리 상승과 투자 침체로 기업들이 사업 축소나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가능한 모든 비용을 틀어막고 있는 상황이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폐업이나 파산을 고려하기도 한다. 필자의 로펌에서도 작년 12월과 올해 1월 두 달 사이에만 회사의 해산·청산은 물론 파산 관련 자문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반면 과열된 주가 상승과 투자 열풍으로 인해 거품이 낀 부실한 기업들은 정리되고 알짜 회사들만 남게 되어 체질 개선의 기회라는 목소리도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2023년에 스타트업이 주목해야 할 주요 법무 이슈에 대해 살펴보자.
투자자와의 분쟁
일반 중소기업은 자금 조달을 위해 주로 대출을 선택한다. 사업 특성상 스케일업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high risk, high return’을 기대하는 벤처캐피털(VC) 등 기관으로부터 투자를 받기는 어렵다. 스타트업은 단기간에 폭발적인 성장을 목표로 하므로 초기에 상당한 자본이 필요하다.
VC는 스타트업에 아직 이렇다 할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없더라도 창업자의 비전, 팀워크, 아이디어·기술, 시장규모를 보고 적게는 수억 많게는 100억 이상의 거금을 투자하기도 한다. '뭘 믿고?'. VC가 아무리 사업계획서·회계·법무 실사(Due diligence)를 철저히 하더라도 리스크를 완벽히 헷징할 수는 없다. 투자자는 다소 빡빡한 투자계약서를 통해 회사와 창업자들을 규제하고 감시할 수 있다.
VC 투자계약서는 일반적인 계약서에 비해 갑을 관계가 분명하다. 투자 계약을 접해보지 못한 변호사라면 처음 투자 계약서를 보자마자 아연실색할 수도 있다. 몇 년전 필자의 로펌에 찾아온 고객의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한다. 해당 고객은 VC로부터 첫 투자를 받게 되었는데, 투자계약서를 자신의 친척 어른 중 고위 검사 출신 변호사가 있어 검토를 맡겼다.
해당 검사 출신 변호사는 VC 투자계약서를 처음 접했는지, 고객에게 이런 불공정한 계약이 도대체 어디 있냐며 수십 장에 달하는 투자 계약서를 빨간펜으로 도배를 하고 말았다. 해당 고객은 그 검토본을 투자사에게 전달해 수정을 요구했으나, 투자사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수정은커녕 투자를 접겠다고까지 했다. 망연자실한 고객은 스타트업 전문으로 하는 필자 로펌을 찾아왔는데, 그 검토본을 보니 투자사가 경악할 만했다. 종류주식 조건, 주식처분 제한,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 위약벌 등에 대해 업계 상식을 무시한 채 전부 삭제 또는 수정 의견을 붙였던 것이다.
다행히 필자가 다시 검토하고 투자자들을 달래서 무사히 투자가 집행됐다. 투자 계약은 이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피투자회사와 이해관계인(최대주주 또는 대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투자는 그 회사의 동업자가 되는 것이다. 기관투자자는 회사의 일원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만 투하하는 동업자이자 소수주주이기 때문에 그 불안한 지위를 빡빡한 투자계약서로라도 담보받으려는 것이다.
사업이 잘될 때는 깐깐한 계약서를 꺼내 볼 일이 없다. 그런데 시장이 매우 안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에는 투자계약에 따른 투자자와 창업자·피투자사 간 분쟁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투자계약서에는 ‘경영사항에 대한 동의권’이라는 조항이 있다. 정관변경, 자본금 변경, 자금의 차입·대여, 스톡옵션 부여, 영업양수도, 자회사 설립, 임직원의 급여 인상 등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서 사전에 투자자의 동의를 받도록 돼 있다. 동의권 외에 비교적 덜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협의권, 보고권을 두고 있으며, 주식을 사전동의 없이 처분하지 못하는 주식처분제한, 경업·겸업 금지 등 다양한 규제를 두고 있다.
이러한 무수히 많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어떤 페널티를 지게 될까? 투자계약서에서는 손해배상, 위약벌,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 등 장치가 이중 삼중으로 마련돼 있다. 투자자가 마음먹고 회사와 창업자의 계약 위반 사실을 적발하여 소송을 제기하면, 투자금의 15~20%에 달하는 위약벌을 내야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투자자가 풋옵션을 행사하게 되면 회사 또는 이해관계인은 거액의 투자금을 이자까지 붙여서 다시 사줘야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VC는 투자할 때 보통 보통주가 아니라 종류주식인 상환전환우선주 또는 전환우선주로 신주를 받는다. 이 종류주식은 투자자에게 유리한 여러 옵션이 붙은 주식이다. 최근에는 특히 전환주식이 문제되고 있다. 예를들어 투자자가 500억원 밸류에이션(기업 가치)으로 투자를 했는데, 회사가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금이 필요한 경우에 울며 겨자 먹기로 250억원 밸류에이션으로 투자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기존 투자자는 전환권의 리픽싱을 적용해 기존 전환주식을 2배로 늘려서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것이다.
시장이 어려워지면 투자계약서가 이렇게 무서워질 수 있다. 스타트업과 창업자들은 투자계약을 맺을 때 신중하게 투자계약서를 살펴야 한다. 이미 투자를 받은 기업도 투자계약서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의무를 잘 이행하고 있는지 항상 유념하면서 사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수습 직원과의 분쟁
사업이 어려워질 경우 비용 감축이 필수적인데, 비용 감축에서 가장 먼저 고려하게 되는 것은 구조조정일 것이다. 일반직원에 대한 해고는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상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것이니 가장 애매하고 문제가 많이 되는 ‘수습직원’에 대한 이슈를 살펴보기로 하자
수습직원이라는 말은 근로기준법에는 존재하지 않는 용어이다. 수습기간이란 정식의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일정기간 동안 업무능력, 적응능력을 향상기 위한 기간을 설정하는 것을 말한다. 수습직원은 정규직이 아닐까? 아니다. 계약직이든 정규직이든 수습기간을 둘 수 있다.
다만, 신규 채용할 때 수습기간을 두려면 반드시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에 수습기간에 대한 규정이 있어야 한다. 해당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3개월 지나서 '당신은 지난 3개월 간 수습기간이었어'라고 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일 수 있다.
수습기간은 몇 개월로 정해야 할까? 수습기간은 통상 3개월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법에 정해진 사항은 아니다. 1개월을 하든 6개월을 하든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의하면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그럼 수습기간을 회사가 마음대로 연장하는 것은 가능할까?
최근 S사에서 수습직원이 업무 역량이 부족하지만, 내보내기보단 수습기간을 3개월 연장하고자 한다며 가능한지 자문을 요청한 적이 있다. 결론적으로 수습기간 연장은 반드시 수습직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수습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일 수 있다.
그럼 도대체 수습기간을 두면 회사에게 어떤 좋은 점이 있길래 수습기간을 고수할까? 급여와 해고 부분에서 일반 직원과는 차이점이 있다. '수습'이라는 용어는 '최저임금법'에서 등장한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최대 3개월 이내 수습기간에는 최저임금의 90%까지 낮게 지급할 수 있다.
즉, 수습기간을 6개월로 정했다 하더라도 최저임금보다 낮게 급여를 주려면 3개월까지만 가능하다. 주의해야 할 점은 단순노무 직무(택배원, 주유원, 단순 제조업무 등)에는 최저임금보다 낮게 줄 수 없다.
수습기간 종료 후 정식채용을 회사가 마음대로 거절할 수 있을까? 안 된다. 이 부분이 수습직원 이슈에서 가장 문제되는 부분이다. 3개월 같이 해본 후 ‘회사와 핏이 안 맞는다’, ‘업무능력이 떨어진다’, ‘조직적응을 못한다’ 라는 객관적인 지표가 없는 ‘말로만’ 평가만으로 해고할 수는 없다. 서두에 말했지만, 수습직원도 엄연한 정식직원이기 때문에 부당해고로 신고 당할 수 있다.
수습기간인 직원의 경우 일반직원에 비해 해고 사유가 좀 더 넓게 인정될 뿐이다. 회사는 수습직원과 근로계약을 할 때부터 구체적인 평가 지표를 설명해야 한다. 수습 기간 내에 중간 평가도 이루어져야 하며, 평가 지표는 단순한 ‘잘함’, ‘못함’이 아니라 구체적인 점수와 사유가 기재되어야 한다.
공동창업자 간 분쟁
스타트업 법무에서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동업자 간 분쟁이다. 동업계약/주주간계약이 없거나 부실한 경우가 태반이며 그 갈등의 이면에는 상호 간 깊은 감정의 골이 여 있다. 최근 필자의 로펌에서 진행한 유명 의류 브랜드의 동업자간 분쟁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애초에 주주 간 계약이 겨우 한 장짜리로 매우 부실하게 쓰으며, 헤어질 때는 서로의 사생활의 치부까지 드러내 싸워 결국 둘 다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주주 간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회사에서 이탈할 때 잔존하는 지분을 어떻게 처리하는 지다. 코파운더가 퇴사할 때 지분을 그대로 들고나가는 경우에는 아주 골치가 아파진다. 후속 투자를 받을 때마다 투자사로부터 압박을 받게 된다. 최악의 상황은 회사가 잘 되어 M&A 등을 할 때 갑자기 나타나서 원하는 값이 아니면, 주식을 안 팔겠다고 몽니를 부려 딜(deal)에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퇴사할 할 경우 무조건 지분 전량을 강제 매도하고 나가게 하는 것은 지나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해결할 방법은 있다. 주주 간 계약서에 회사를 퇴사할 경우 동반매각권(Drag along)과 같은 조항을 넣는 것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잔존하는 대주주가 회사를 매각하는 경우 그 상대방(코파운더)도 의무적으로 같이 매도하게 강제하는 조항이다. 코파운더가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막대한 손해배상이나 위약벌 책임을 물게 하는 방법으로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다.
스타트업에는 코파운더급 인사가 지분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미등기이사일 경우가 많은 데 이때에도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소수지분인 코파운더가 등기이사가 아닌 경우에는 그 지위가 임원(사용자)인지 근로자인지 애매하다. 이럴 경우 코파운더가 무능력해서 내보내고 싶을 때 회사는 고민이 깊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은 기본적으로 근로자 입장에서 판단하는 경향이 크다.
코파운더급 인사가 주주총회로 선임되지 않은 미등기이사이고 지분이 적을 경우에는 회사에서 아무리 ‘이사님’이라고 불릴지라도 분쟁에서는 근로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부득이 코파운급 인사를 미등기이사로 두고 싶은 경우에는 반드시 근로계약서가 아닌 임원계약서를 작성해야 하고, 고용/산재보험을 가입하지 않아야 한다.
그럼 등기임원일 경우 회사에서 내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등기임원을 선임할 때는 과반수 찬성인 보통결의로 가능하지만, 해임은 전체 지분 2/3가 찬성해야 하는 특별결의가 필요하다. 근로자와 달리 정당한 사유가 없어도 표결만으로 해임할 수 있지만 이 경우 판례는 ‘잔여 기간동안 받을 수 있었던 보수’를 손해배상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해임 후에 다른 직장에서 보수를 받고 있다면 이 부분은 공제할 수 있다.
시장이 어려워질수록 경영진은 리스크 관리에 더욱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 시절이 좋을 때는 아무 문제없을 수 있지만, 어려워질 때는 ‘오만가지’ 리스크가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올 수 있다. 법률적인 문제를 잘 대응해서 사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닐 수 있지만, 법률적인 문제로 인해 회사가 망할 위험에 처해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최철민 최앤리법률사무소 대표
△연세대 법과대학 졸업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공무원 연금공단 감사관
△창업진흥원 예비·초기창업패키지 법률멘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