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이는 신차 수요…車업계 '고객 잡기' 사활

입력 2023-02-06 16:19
수정 2023-03-05 00:02
신차 계약 취소가 줄을 이으면서 꺾이고 있는 수요를 잡기 위한 자동차 업체 간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넘치는 수요에 신차 출고 대기 기간이 최대 30개월에 달했지만, 올초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신차 할부 금리가 연 10% 안팎으로 치솟으면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진 탓이다. 각 업체는 신차 할인, 저금리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수요 잡기에 몰두하고 있다. ○출고 대기 최대 8개월 앞당겨져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기아는 영업직원과 대리점에 2월 주문 시 출고 대기 기간이 1월보다 최대 8개월 앞당겨졌다고 안내하고 있다. 제네시스 GV80(가솔린 2.5 터보)은 1월에 주문하면 18개월을 기다려야 했지만, 2월에는 10개월로 대기 기간이 단축됐다. 현대차의 아반떼 하이브리드(16개월→12개월), 그랜저 가솔린(10개월→8개월), 투싼 가솔린(9개월→5개월), 투싼 하이브리드(13개월→10개월) 등도 마찬가지다.

기아의 신차 대기 기간도 일제히 줄어들었다. K5 가솔린(4개월→2.5개월), K8 하이브리드(7개월→6개월), 니로 전기차(8개월→6개월), 스포티지 가솔린(8개월→7개월), 쏘렌토 가솔린(5개월→4개월)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승용 부문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는 처음 판매량 1위를 차지한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아직도 16개월을 기다려야 하지만, 지난달(17개월)보다는 대기 줄이 짧아졌다.

연 10% 안팎에 달하는 할부 금리 탓에 현금 결제 비중이 늘었다는 게 대리점들의 설명이다. 한 직원은 “작년엔 신차 계약의 70%가 할부 고객이었는데, 지금은 30%까지 떨어졌다”며 “철옹성 같았던 출고 대기가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신차 대기가 워낙 밀려 있다 보니, 3~4대를 동시에 계약한 뒤 먼저 나오는 차를 수령하려는 이른바 ‘가짜 수요’가 상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차 구매의 ‘큰손’으로 꼽히는 렌터카 업체도 자금 경색으로 신차 계약을 대거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이자 할부까지 등장자동차 업체들은 줄어드는 수요를 잡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저금리 프로그램 신설, 할인 혜택 확대를 통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원자재 가격 증가로 신차 가격을 지속해서 올리는 ‘카플레이션(카+인플레이션)’ 시대였지만, 올해부터는 판매 경쟁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기아는 최근 변동금리형 할부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신차 구매 시 기존 고정 금리가 아닌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와 연동되는 할부다. 3개월 주기로 금리가 조정돼 대출 금리가 내려가면 부담을 덜 수 있다. 기아는 할부 기간, 선수율(선 납입 비율) 등을 소비자가 설계할 수 있는 ‘커스텀 할부’ 상품을 내놨다.

르노코리아도 모든 차량을 대상으로 12개월 연 2.9%, 24개월 연 3.3%의 저금리 할부 상품을 내놨다. 조건에 따라 최대 150만원 특별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신차를 구매하고 기존 차량을 특정 플랫폼에 중고차로 팔면 40만원까지 추가 혜택을 준다.

쌍용자동차는 무이자 할부를 꺼내 들었다. ‘마이 스타일 할부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렉스턴 차량을 60개월 무이자(선수율 50%)로 구매할 수 있다. 한국GM은 쉐보레 구매 고객 대상으로 연 3.9% 할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수입차 업체 역시 비슷한 분위기다. BMW는 모델별로 최저 연 1.9%의 할부 이율을 적용하는 초저금리 할부 프로그램을 지난달 출시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