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콘텐츠 가치사슬(밸류체인)의 중추 역할을 하는 방송 제작사 KT스튜디오지니가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 설립 후 불과 2년 만이다. ‘계획적 적자’가 흔한 콘텐츠업계에선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5일 콘텐츠업계에 따르면 KT스튜디오지니는 지난해 연간 손익분기점을 처음으로 넘겼다. 출범 첫해엔 약 47억원 적자를 냈지만 2년 차인 작년엔 매출이 급성장하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KT스튜디오의 지난해 매출은 약 10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년 동기(약 118억원)에 비하면 약 10배로 급증했다.
일등공신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우영우)’ 등 흥행 콘텐츠다. KT스튜디오지니는 지난해 ENA 채널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등을 통해 우영우를 방송했다. 우영우 최종화는 시청률이 17.5%로 같은 기간 유료방송채널 중 1위를 찍었다.
KT 미디어 계열을 총동원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비율)’ 밸류체인이 빠른 흑자 전환을 이끌었다. KT스튜디오지니는 KT그룹 미디어콘텐츠 회사들을 거느린 사실상 중간지주사다. KT가 528억원을 출자해 설립했다.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지니뮤직,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서재, 콘텐츠 지식재산권(IP) 플랫폼 스토리위즈 등이 자회사다. 방송사업자 KT스카이라이프와는 채널 사업 기업 스카이라이프TV를 운영한다.
이를 통하면 콘텐츠 하나를 KT 계열 여러 플랫폼에 송출하는 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스튜디오지니가 콘텐츠 투자·제작을 맡고, 이를 스카이TV 산하 유료 방송 채널, 티빙(옛 시즌), 인터넷TV(IPTV) 플랫폼 지니TV의 VOD(주문형 비디오) 등을 통해 공개하는 식이다.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지는 와중에 매번 새로운 콘텐츠 수급처를 찾고, 홍보 마케팅에 대규모 비용을 투자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다.
‘원소스 멀티유스(OSMU)’를 통한 비용 효율화도 쉽다. 한 지식재산권(IP)을 웹툰 웹소설 드라마 영화 게임 등으로 제작·유통·활용한다는 얘기다. 스토리위즈가 확보한 IP로 드라마를 만들고, 배경 음악은 지니뮤직을 통해 별도 콘텐츠로 홍보하는 식이다. KT스튜디오지니 관계자는 “예능을 드라마로 만들고, 드라마 외전을 만드는 등 ‘스핀오프’ 콘텐츠로 인기를 확산시키기 쉽다”고 설명했다.
‘돈 먹는 하마’ 사업을 신속히 조정한 것도 흑자 전환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KT스튜디오지니는 운영하던 OTT 시즌을 작년 말 CJ ENM 계열 OTT 티빙에 흡수합병시켰다. OTT 후발 주자로서 기약 없이 비용 투자만 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시즌을 매각하면서 CJ ENM으로부터 1000억원 지분 투자를 받았다. 이를 통해 CJ ENM이 확보한 지분율은 약 9.1%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