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펜슈툴 대사 "韓과 분단 경험 비슷했던 獨…통일 길잡이 될 수 있을 것"

입력 2023-02-05 17:51
수정 2023-02-06 00:06
“통일과 관련해 독일과 한국의 여건을 비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독일 통일을 들여다보는 것이 한국에 길잡이가 될 수는 있을 것입니다.”

미하엘 라이펜슈툴 주한 독일대사는 통일에 대한 조언을 구하자 이렇게 말했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났을 때 한국과 독일은 똑같이 분단의 아픔을 겪었다. 독일은 1990년 통일의 기쁨을 누렸지만 한국은 아직도 분단 국가다.

냉전기에 독일은 각각 미국과 소련의 우방인 서독과 동독이 치열하게 대립했다. 서베를린을 고사시키려는 베를린 봉쇄조치가 이뤄졌고 동독민의 탈출을 막으려는 거대한 베를린장벽도 있었다. 1989년 11월 동독의 평화혁명은 베를린장벽을 무너뜨렸다. 예상치 못한 시점에 아무런 본보기도 없었지만, 독일은 이 혁명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통일로 이끌었다. 이로부터 1년이 채 안 돼 독일은 통일했다. 분단 45년 만에 한 나라가 됐다. 독일의 통일은 소련과 동유럽 공산정권의 붕괴, 유럽 통일로 이어졌다.

라이펜슈툴 대사는 “독일과 한국의 여건을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독과 서독은 전쟁을 벌인 적이 없으며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위협도 존재하지 않았다”며 “분단 시에도 동서독 사이에 연락이 완전히 끊긴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사례를 연구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통일을 이룬 지 30년이 넘은 현시점에서 봤을 때 독일의 통일이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성공 사례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과 독일은 매년 자문위원회 등을 통해 통일 경험에 대한 정보를 정기적으로 교환하고 있다. 독일대사관은 이 자문위를 지원하고 있다. 라이펜슈툴 대사는 “서울에서 자문위를 돕게 돼 기쁘다”고 했다.

독일의 통일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는 “베를린장벽 붕괴와 함께 통일이 이뤄진 것이 아니다”며 “두 독일과 독일 국민이 하나가 되는 데 많은 인내와 끈기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경제 부문에서 광범위하고 고통스러운 개혁과 노력이 요구됐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독일과 한국은 ‘분단의 경험’이라는 매우 특별한 감정적 유대로 맺어져 있다”며 “한국도 언젠가는 독일에 주어진 ‘평화통일’이라는 역사적 행운을 경험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전설리/김리안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