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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물가 상승세가 둔화된 데 힘입어 세계 증시가 예상 밖의 ‘1월 랠리’를 펼쳤다. 지난 3일에는 미국의 1월 고용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통계가 나오며 뉴욕증시가 주춤했지만,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리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시장에는 여전히 많다. 전문가들이 “그동안 높아진 금리 때문에 주가가 크게 떨어진 종목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조언하는 이유다.
금리 후폭풍 맞은 종목에 주목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는 최근 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가 낙폭이 컸던 주요 종목들을 선별해 소개했다.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일곱 차례 기준금리 인상 직후 5일간 주가 낙폭이 컸던 종목을 골랐다.
영화·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들이 특히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파라마운트글로벌은 기준금리 인상 직후 주가가 평균 7.07%가량 하락했다.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는 평균 6.52%, 디즈니는 평균 4.34%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워너브러더스와 파라마운트는 부진한 실적 때문에 지난해 주가가 각각 61%, 44% 하락했다.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 여파로 OTT 분야 성장세가 둔화된 데다 광고 매출도 감소했다.
올해 들어서는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다시 OTT 사업 성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두 회사 주가도 급등했다. 파라마운트는 올 들어 지난 2일까지 47.9%, 워너브러더스는 66.8% 뛰었다. 지난해 주가가 43%가량 하락한 디즈니도 올해는 27.2% 오르면서 S&P500지수 상승률(9.3%)을 웃돌았다. 마이클 모리스 구겐하임증권 애널리스트는 “파라마운트의 경우 최근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고 월마트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소식이 있어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호텔 업체들 역시 금리 인상기에 상대적으로 주가 낙폭이 컸다. MGM리조트인터내셔널은 작년 일곱 차례 기준금리 인상 후 5일간 평균 4.17%, 메리어트인터내셔널은 4.48% 하락했다. 코로나19 사태 기간 실적 부진으로 인해 금융비용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올해 물가 안정세와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MGM리조트는 올 들어 24.3%, 매리어트는 19.2% 뛰었다. 지난달 미국 투자회사 스티펠은 “중국 지역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며 MGM리조트의 투자의견을 ‘매수’로 상향했다.
금리 인상 직후 평균 낙폭이 가장 컸던 종목은 미국 위성방송사 디시네트워크(-9.27%)와 보험·금융회사 링컨내셔널(-8.07%)이었다. 두 회사도 지난 한 해 주가가 40% 이상 하락했지만 올 들어서는 각각 10.6%, 17.1% 상승했다. 성장주로 분류되는 테슬라와 퀄컴은 일곱 차례 금리 인상 때 각각 평균 1.75%, 3.8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스인플레’도 대비해야전문가들은 미국 건설주도 금리 상승세가 주춤하면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 상승세 둔화로 최근 미국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으로 6% 아래로 내려가고 있어서다.
미국 상장 건설주들을 담은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S&P 홈빌더’는 올 들어 주가가 18.22% 올랐다. 비슷한 성격의 ETF인 ‘아이셰어즈 미국 주택건설’도 연초 이후 19.1% 상승했다. 미국 최대 주택건설업체 퓰테그룹 주가는 올해 30.4% 뛰었다. 경제전문매체 배런스는 “건설업체 주식은 주택 시장 수요 전망보다 모기지 금리에 따라 움직인다”고 분석했다.
물가 상승세 둔화와 경기침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물가가 내려갈 때 주가가 오를 주식을 미리 골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제퍼리스는 이런 종목으로 시스코시스템즈와 미국 미용실 체인인 울타뷰티를 꼽았다. 시스코시스템즈는 경기 침체와 물가 하락이 겹쳐도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수요가 탄탄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울타뷰티는 재고 관리력과 지난해 증시 약세 속에서도 주가가 13% 오르며 강세를 나타냈다.
미국 리서치업체 잭스리서치는 물가 하락세에 유리한 종목으로 캠벨수프와 허쉬컴퍼니를 제시했다. 잭스리서치는 “최근 10년간 캠벨수프 주가는 물가 상승률과 반비례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허쉬는 강력한 가격 결정력으로 올해도 우수한 실적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