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과학고에 들어가기 가장 힘든 곳은 경기도다. 지방자치단체 중 인구(1360만 명)가 제일 많은데 과학고는 고작 한 곳뿐이기 때문이다. 경기도보다 인구가 적은 서울(943만 명), 부산(332만 명), 경남(328만 명), 인천(297만 명), 경북(260만 명) 등 다섯 개 시·도는 과학고가 두 곳이다. 과학고를 신설해달라는 지역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교육당국이 난색을 나타내고 있어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경기북과학고 경쟁률 전국 1위5일 교육계에 따르면 2023학년도 전국 20개 과학고 중 입학 경쟁률이 가장 높은 곳은 경기북과학고였다. 경기도의 유일한 과학고인 경기북과학고의 경쟁률은 8 대 1로 전국 평균(3.6 대 1)보다 두 배 이상으로 높았다. 경쟁률이 가장 낮은 경북과학고(1.9 대 1)에 비하면 네 배가 넘는다.
이는 경기도 소재 중학교 3학년 학생 수(2022년 기준 13만1442명) 대비 과학고의 모집정원(100명)이 다른 시·도에 비해 크게 적기 때문이다. 경북은 중3 학생 수가 2만2193명으로 경기도의 약 17%에 불과한데 과학고를 두 곳 보유했다.
경기도는 순유입 인구 수(약 4만4000명)도 전국 17개 시·도 중 1위였다. 전국 단위로 선발하는 영재학교와 달리 과학고는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학교에만 지원할 수 있다.
어렵게 과학고에 합격해도 분당, 평촌 등에 사는 경기 남부 학생은 등교에 애를 먹는다. 경기북과학고는 의정부 외곽에 있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렵다. 부천이나 안양에 사는 학생은 편도 1시간30분 거리를 통학하거나 기숙사에 사는 수밖에 없다. 성남의 한 학부모는 “과학고를 보내고 싶었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 포기했다”며 “학군지가 몰려 있는 경기 남부에 과학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3학년도 전국 과학고 경쟁률은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반도체 등 신산업 분야 첨단학과 육성안과 문·이과 통합형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영향으로 과학고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북과학고의 경쟁률도 작년 7.26 대 1에서 올해 8 대 1로 올랐다. 진보 교육감 반대에 설립안 좌초경기도에 처음부터 과학고가 한 곳이었던 것은 아니다. 수원시에 경기과학고가 있었지만 2010년 과학영재고로 전환하면서 경기북과학고가 도내 유일한 과학고가 됐다. 경기도 학부모들의 과학고 신설 요구는 상위권 학생의 이공계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점점 커지고 있다.
이전에도 성남시가 2013년, 부천시가 2016년 과학고 설립을 추진했지만 경기교육청의 반대에 막혀 불발됐다. 당시 경기교육감이던 진보성향의 이재정 교육감은 “교육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일부 학교에 특권을 주고 우수한 학생만 따로 모아서 교육하는 것”이라며 “과학고와 영재고까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부천중등지회 등도 사교육 증가, 학교 서열화, 불평등 교육 심화 등을 들어 과학고 설립에 반대했다.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13년 만에 보수성향의 임태희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경기교육청도 학부모의 여론을 더 이상 외면할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과학고를 신설해달라는 학부모의 민원이 급증해 지난해 말 교육부에 설립 여부를 문의했지만 ‘학령인구 감소로 추가 설립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