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을 똑같게 하는 탄소중립(순배출 ‘0’)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탄소 저감 신기술 개발 등에 2030년까지 3조4000억원을 투입한다. LG그룹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그룹은 구체적인 탄소 감축 이행 목표를 담은 그룹 차원의 ‘LG 넷제로 특별 보고서’를 5일 발간했다.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LG화학·LG에너지솔루션·LG생활건강·LG유플러스 등 그룹 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99%를 차지하는 7개사의 단계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추진 계획을 보고서를 통해 제시했다. 국내에서 그룹 차원의 탄소중립 계획을 담은 보고서를 공개한 것은 LG가 처음이다.
그룹 측은 탄소중립 목표와 실행 방안을 그룹 차원의 목표로 통합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그룹 통합 로드맵’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탄소 규제와 국가 단위 배출권 정책, 재생에너지 가격 기준 등에 근거해 탄소중립 이행 표준을 수립한 게 로드맵의 핵심이다. 그룹 관계자는 “ESG 경영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는 점을 대내외에 알리기 위해 로드맵을 준비했다”며 “앞으로 LG 계열사들은 탄소중립 표준에 따라 경영전략을 짜게 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제품을 생산하거나 연료를 사용하며 직접 배출하는 탄소(스코프1)와 전력 사용 등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탄소(스코프2)를 2018년 대비 2030년 27%, 2040년 62% 감축한 뒤 2050년까지 100% 줄이기로 했다. 스코프는 기업이 탄소 배출량을 종합적으로 측정할 수 있도록 하는 온실가스 배출원 분류 체계다. 100% 감축 시점은 2030년 LG전자를 시작으로 △2040년 LG에너지솔루션·LG이노텍 △2050년 LG디스플레이·LG화학·LG생활건강·LG유플러스 등으로 정했다. 중장기적으로 사업장 외에서 발생하는 탄소(스코프3) 배출량까지 통합 관리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탄소중립 4대 전략도 명문화했다. 전략의 골자는 △주요 계열사 필요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100% 전환 △온실가스 배출량 직접 감축 △탄소를 흡수·제거할 수 있는 중장기적 상쇄 사업 발굴 등이다. 기후 거버넌스 중심의 탄소중립 이행체계 구축 및 모니터링 강화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LG그룹은 탄소 저감을 위한 신규 기술 개발 등에 2030년까지 약 3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수소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거나 배출량을 줄여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블루수소, 그린수소 기술 등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탄소를 흡수하거나 제거할 수 있는 상쇄 사업 발굴 등에도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