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현실은 드라마보다 잔혹하다. 미하엘 초코스가 쓴 법의학 논픽션 <죽음의 키보드>에 나오는 범죄 사례들이 그렇다.
법의학 강국 독일의 ‘스타 법의학자’인 저자는 자신이 일하면서 겪은 실제 사건들을 책에 담담히 풀어냈다. 그는 일터에서 갖가지 범죄를 접한다. 주변의 관심을 끌기 위해 두 살배기 아이에게 자신의 대변을 주사한 어머니, 복지수당을 타내기 위해 장애인인 척하는 사람 등 기상천외한 범죄자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범죄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과학수사대 CSI’ 등 범죄를 소재로 한 드라마에서 배운 수법을 그대로 따라 하는 건 애교 수준이다. 의사가 자신이 지닌 의학 지식을 총동원해 범행을 은폐하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법의학자들은 이 모든 걸 꿰뚫어 볼 수 있다. 핏방울의 크기와 방향으로 범죄 상황을 재구성하는 고전적인 기법은 물론이고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로 피해자의 유해를 정밀분석하는 등 첨단기술까지 총동원한 덕분이다. 이렇게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독일의 법의학자들은 ‘죽음의 키보드를 두드린다’고 표현한다.
첨단 법의학 기술의 눈부신 발전, 이를 이용해 ‘완전 범죄’로 보이는 범행도 낱낱이 밝혀내는 법의학자들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든다. “착하게 살자.”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