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도 재판행…커져가는 이재명 사법 리스크

입력 2023-02-03 20:34
수정 2023-02-03 21:08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불법 대북 송금과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북 송금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 비용으로 쓰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인 만큼, 이 대표가 이 과정에 개입했음을 입증하려는 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위례·대장동 개발비리, 성남FC 후원금, 변호사비 대납 등에 이어 대북 송금사건까지 본격적인 수사 궤도에 오르면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더욱 증폭됐다는 평가다.

수원지방검찰청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3일 김 전 회장과 양선길 현 쌍방울그룹 회장을 각각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0일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발부받은 지 2주 만이다. 두 사람은 태국에서 8개월여간 도피 생활을 하다가 지난달 10일 현지 경찰에 검거됐다. 일주일 후인 17일 국내로 돌아와 검찰의 조사를 받아왔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1월부터 12월까지 대북 사업을 추진하면서 북한에 스마트팜 비용 등 지급 명목으로 약 800만달러를 해외로 밀반출해 북한에 전달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를 받는다. 이외에도 △2018년 7월~2022년 7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상대로 한 2억6000만원의 뇌물 및 3000만원의 정치자금 제공 △2018~2019년 쌍방울그룹 계열사 전환사채를 세 차례 발행하는 과정에서의 주가 조작 등 자본시장법 위반 △2014~2022년 쌍방울그룹 계열사 자금 43억원 횡령 및 배임 △2019~2021년 쌍방울그룹 임직원 명의로 만든 비상장회사 자금 약 592억원 횡령 및 배임 △2021년 10~11월 임직원들에게 컴퓨터 교체 등을 통해 관련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이 있다. 양 회장에게는 김 전 회장과 공모해 회삿돈 358억원을 횡령 및 배임한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김 전 회장 기소를 계기로 이 대표가 불법 대북 송금 등 쌍방울그룹 비리에 관여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고강도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전 회장이 최근 검찰 조사 과정에서 “북한에 보낸 800만달러 중 300만달러가 당시 경기도지사인 이 대표의 방북을 위한 비용이었다”고 진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대표의 개입 의혹에 불이 붙은 상태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1월 17일 중국 선양에서 쌍방울과 경기도, 북한 주요 인사가 모여 대북 사업을 논의한 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휴대폰을 통해 이 대표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고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회장을 기소하면서 적용한 혐의 목록에선 빠졌지만 변호사비 대납 의혹 수사에도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018~2019년 광림, 나노스 등 쌍방울그룹 주요 계열사 주가가 대북 사업 호재를 타고 크게 뛰었던 적이 있어서다. 이 대표가 이를 예견하고 2018년 쌍방울에 전환사채 20억원을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았던 변호사 수임료로 지급하도록 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검찰은 김 전 회장 기소에 적용한 혐의와 별개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끝까지 수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쌍방울그룹 비리 수사에도 힘이 실리면서 이 대표를 에워싼 사법 리스크는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검찰은 지난달 성남FC 후원금 사건과 위례·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으로 연이어 이 대표를 불러들여 조사를 벌였다. 이 대표는 이달 중 한 차례 더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위례·대장동 사건에 관한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최근엔 성남시 백현동 개발비리 사건까지 성남지청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넘어왔다.

김진성/최한종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