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에너지 기업 셸이 지난해 창사 이후 최대 이익을 거뒀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와 가스값이 급등하면서 고수익을 누렸다는 분석이다.
셸은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399억달러(약 49조원)로 집계됐다고 지난 2일 발표했다. 2008년 세운 종전 최고 기록(284억달러)보다 100억달러 이상 많다. 영국 BBC방송은 “셸의 115년 역사상 최대 이익”이라고 보도했다. 작년 4분기 순이익은 98억1000만달러로 시장 전망치(79억7000만달러)를 웃돌았다.
액화천연가스(LNG) 부문이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LNG 사업은 셸 연간 이익의 4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해 이 사업부에서만 60억달러 이익이 나오며 역대 최고 실적을 세웠다.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원유와 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정제 마진이 상승했다”며 “셸의 거래 실적도 호조를 보이면서 이익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셸은 또 오는 5월까지 4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유가로 늘어난 수익을 주주들에게 환원한다는 방침이다. 올 4분기 배당금을 15% 확대한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셸이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재생에너지솔루션 사업부의 실적은 뒷걸음질쳤다. 작년 4분기 이 사업부의 순이익은 2억9300만달러로 전 분기(3억8300만달러)보다 23% 이상 줄었다. CNN은 “셸이 석유와 가스에서 저탄소에너지 사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큰 도전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셸을 비롯한 에너지 기업을 겨냥해 횡재세를 거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와엘 사완 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를 통해 “에너지 전환을 위해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데 횡재세 주장은 안정적인 투자 환경을 약화시킨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