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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둔화에 가장 잘 선방해왔던 애플마저도 이번엔 거시경제 역풍을 피하지 못했다. 전세계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애플은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4년 만에 처음으로이자 7년 만에 가장 큰 폭의 분기 매출 감소를 겪었다.
애플은 2일(현지시간) 2023 회계연도 1분기(작년 10~12월) 매출이 1171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49% 감소했다고 밝혔다. 애플이 분기 매출 감소를 겪은 것은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또 감소폭은 2016년 9월 이후 가장 컸다. 레피니티브가 집계한 월가 애널리스트 추정치 평균인 1211억달러보다도 3.3% 적었다.
주당순이익(EPS)도 전년 동기보다 10.9% 줄어든 1.88달러로 집계돼 월가 추정치 1.94달러를 밑돌았다. 실적 시즌이면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성적표를 공개해왔지만 이번에 7년 만에 처음으로 시장 기대를 밑도는 실적을 내놓았다.
기대 이하의 실적에 주가는 널뛰었다. 애플 주가는 장중 3.71% 오른 150.82달러로 마감한 뒤 실적 발표 후 시간외 거래에서 한때 4%까지 떨어졌다. 이후 긍정적인 측면이 부각되며 하락폭을 1% 이내로 줄였으나 다시 떨어지며 3.20% 하락한 145.9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애플의 주력 상품인 아이폰을 비롯해 아이패드, 맥 등 애플이 기기 매출이 줄어든 것이 뼈아팠다. 애플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아이폰의 매출이 657억8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8.17% 감소한 것을 비롯해 아이패드와 맥의 매출이 각각 30.0%, 29.0% 줄어드는 등 대부분 사업에서 역성장을 피하지 못했다. 앱스토어와 애플TV+ 등 서비스 부문만 매출 207억7000만달러로 6.4% 증가하며 플러스를 기록했다.
팀 쿡 CEO는 CNBC와 인터뷰에서 실적 부진의 이유를 달러 강세·중국 생산 차질·도전적인 거시경제 환경 등 외부로 돌렸다. 쿡 CEO는 "환율 8% 에 달하는 달러 강세 역풍이 없었다면 대부분의 시장에서 성장했다"고 밝혔다. 각국에서 현지 통화 기준으로는 매출이 늘었지만 달러로 전환하면서 축소될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코로나 봉쇄로 인한 중국 정저우 공장에서 소요 사태가 발생하며 고가 모델인 아이폰14 프로와 프로맥스의 생산이 줄어들었던 것도 매출에 타격을 줬다. 쿡 CEO는 "현재는 생산 속도가 만족할 만 한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다. 전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 애플 기기가 20억대로 1년 전보다 2억개가 늘어났다는 점이다. 이 기기를 기반으로 앱스토어를 통한 앱 판매 등 서비스 부문에서 수익화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은 향후 매출 증가 기대를 키웠다. 쿡 CEO는 "안드로이드에서 아이폰으로 전환한 사용자와 애플워치 첫 사용자가 많이 늘었다"며 "신규 고객이 늘어야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높은 수익성은 유지했는 것도 긍정적이다. 매출에서 매출을 올리는 데 소요된 비용을 제외한 매출총이익률(gross margin)은 43.0%로 집계됐다. 시장 추정치를 0.01%포인트 상회했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