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한 사람의 뇌에서는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에게서 발견되는 것과 유사한 뇌 위축이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두 대상 모두 뇌 부위가 얇아지고 위축되는 등 유사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일(현지시간) 미국 NBC 뉴스에 따르면 캐나다 맥길 대학 몬트리올 신경학 연구 병원의 필립 모리스 교수 연구팀이 미국 알츠하이머병 신경영상 계획과 영국 바이오뱅크의 데이터베이스(data base) 중 1300여 명의 뇌 스캔 영상을 분석한 결과, 비만한 사람과 치매 환자는 학습·기억·판단 기능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비슷하게 얇아지고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알츠하이머 치매 저널' 최신 호에 실렸다.
뇌 부위가 얇아진다는 것은 뇌세포 수가 감소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대뇌 표면에 위치하는 신경세포들의 집합체인 대뇌피질(cerebral cortex) 두께가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대뇌피질은 우리 몸에서 언어, 지각, 장기 기억, 판단 등 뇌의 고등 기능을 담당하는 곳이다.
이 연구 결과와 관련, 사브리나 다이아노 컬럼비아 대학 메디컬센터 인간 영양 연구소장은 "비만한 사람과 치매 환자는 신경퇴화로 면적이 줄어든 부위를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이는 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비만한 사람들은 인지기능 검사에서 뚜렷한 뇌 결함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팀은 뇌 영상에서 나타난 위축과 관련된 인지기능의 미세한 변화를 정신 기능을 평가하는 인지기능 테스트로는 잡아낼 수 없기 때문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피츠버그 대학 의대 인지장애과 소속 신경 전문의 조지프 맬론 박사는 "비만한 사람들에게서 기억력 저하가 나타나지 않은 것은, 연구팀 해석대로 치매의 아주 초기 단계이기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린다 반 혼 노스웨스턴대학 영양학 교수는 "체중을 줄이면 뇌의 이러한 퇴행 변화를 중단하거나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선(points of no return)이 있다는 증거들이 점점 나타나고 있다"며 "예를 들어 골다공증을 되돌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작은 것과 같다"고 판단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