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장에선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9% 수준일 것이라는 추정이 많았다. 지난해 10월 5.7% 이후 이어진 물가 상승률 둔화가 1월에도 계속됐을 것으로 봤다.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달(5.0%)보다 0.2%포인트 높은 5.2%였다. 예상 밖의 결과에 시장에선 올해 물가가 정부 전망치(3.5%)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끌어올린 핵심 요인은 공공 요금 인상이다. 부문별 등락률을 보면 전기·가스·수도 물가지수 상승률은 28.3%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12월 상승률(23.2%)보다 5.1%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지난해 물가 상승의 주원인으로 꼽힌 석유류는 지난달 5.0% 올라 한 달 전(6.8%)에 비해 둔화됐다. 개인서비스 상승률은 작년 12월 8.2%에서 지난달 7.7%로 내려갔다.
전기·가스·수도 물가지수를 세부 항목별로 살펴보면 전기가 전년 동기 대비 29.5% 상승했다. 작년 4월과 7월, 10월에 이어 지난달 전기요금이 인상된 여파다. 한국전력은 올 1분기 전기요금을 ㎾h당 13.1원 인상했다. 작년 1년간 전기요금이 19.3원 올랐는데, 1분기에만 그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린 것이다. 도시가스와 지역난방비도 각각 36.2%, 34.0% 높아졌다.
2월 이후에도 당분간 고(高)물가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기료와 가스비가 더 오르는 것도 기정사실화된 상황이다. 고물가가 부담스럽지만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등 공공기관의 경영실적을 감안하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서울 중형택시와 지하철, 시내버스 요금도 이미 올랐거나 인상이 예고된 상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최근 수출 부진 지속 등 실물 부문의 어려움이 확대되는 가운데 물가도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