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시대엔 국내 부품사 3249곳이 소멸할 것’이라는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시뮬레이션 결과는 충격적이다. 전체 부품업체의 32.3%가 사라지면서 수만 명이 일자리를 잃고 매출 손실만 17조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다.
국내 중소 부품사는 모빌리티산업 대전환이라는 거대 쓰나미 앞에 무방비 상태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업체인 EY한영이 400개 국내 부품사를 상대로 미래차 준비에 대해 설문한 결과 73.5%가 ‘준비가 전혀 안 돼 있거나 충분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국내 1만여 개 내연기관차 부품사 가운데 미래차 관련 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은 2%(200여 곳)에 불과하다. 배터리와 양극재·음극재 등 전기차 핵심 부품 및 소재 납품은 기술력이 뛰어난 대·중견기업의 몫이다.
내연기관차 한 대에 들어가는 부품은 약 3만 개인데, 전기차에 쓰이는 부품은 1만8900개로 줄어든다. 휘발유·디젤차 엔진을 구성하는 부품 6900여 개는 모터로 구동하는 전기차 시대엔 무용지물이다. 엔진 및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2110여 개는 문을 닫거나 업종을 바꿔야 한다.
모빌리티산업은 전기차에 이어 하늘을 나는 자동차(UAM), 수소차, 자율주행차 등으로 계속 진화할 전망이다. 산업구조 변화의 물결에 쓸려나가지 않으려면 중소기업도 기존 사업에 안주할 게 아니라 과감한 혁신과 변신에 도전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이 부품사 전기차 전환에 5조원을 지원하고 정부도 기술 개발 및 금융·세제 지원에 나선 만큼 의지만 있다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명신산업 이씨스 인팩 넥스트칩 동양피스톤 등 투자 유치와 정부의 사업 재편 지원 제도(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를 활용해 사업 전환에 성공한 기업도 적지 않다. 미래차로의 사업 재편은 완성차뿐 아니라 부품사에도 생사가 달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