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이 선거구제 개편과 함께 300명인 의원 정수를 30~50명 늘리자고 제안했다.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위해 필수적인 선거구 통폐합에 따른 지역구 의원들의 불안과 불만을 달래려는 포석이다. 야당 의원들은 30명과 60명을 늘리는 법안을 각각 제출해놓고 있어 거야(巨野)의 힘으로 밀어붙일 공산이 크다. 하지만 국회가 대표적인 고비용·저효율 집단, 분열과 대립의 진원지로 지탄받아온 마당에 의원 늘리기는 민의에 대한 배신이 아닐 수 없다.
김 의장은 의원을 증원하되 5년간 세비(국회의원 보수)를 동결하는 안을 제안했으나, 그렇게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지금도 의원들이 마구 찍어내는 규제 입법과 포퓰리즘 법안으로 인한 폐해가 이만저만 아닌데 의원 수를 늘려 놓으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나. 선진 주요국에 비해 국민 1인당 소득 대비 1.5배가량 많은 세비, 의원 1인당 9명에 이르는 보좌진, 일본·유럽 국가에 비해 4~5배 넓은 사무실 등 100가지가 넘는다는 의원 특권은 또 어떤가. 선거 때마다 특권 폐지를 약속해놓고 이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으면서 증원을 얘기하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장관급 예우를 받는 의원들의 각종 의전, 지역구 민원 폭증 등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만만찮을 것이다. 세비 동결도 믿기 어렵다. 2008년 총선 이후 선거 때마다 내놓은 의원 세비 30% 삭감, 무노동 무임금 도입 등은 매번 공약(空約)이 됐다. 1월 임시국회 기간에도 본회의는 딱 한 번 열렸지만 세비와 수당은 알뜰히 다 챙겼다.
김 의장과 야당은 비례대표를 늘리자고 한다. 지금까지 행태로 봤을 때 시민단체, 운동권 인사들의 자리 챙겨주기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의원 증원에 따라 늘어나는 보좌진 자리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 수 200인 이상’ 헌법 규정에 대해 여야는 지금까지 ‘200~300석’이라는 공감대를 지켜왔는데, 무슨 명분으로 이런 관행을 깨겠다는 건가. 이런 국회라면 차라리 의원을 줄이는 게 사리에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