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로 점심 한 끼에 1만원을 넘는 곳이 늘어나자 일부 직장인들 사이에서 '한식뷔페 원정'이 인기를 끌고 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만큼 푸짐한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다.
2일 확인한 지역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가성비 한식뷔페'를 추천해주는 게시물들이 여럿 올라와 있었다. 한 직장인은 경기 용인 지역 커뮤니티에 '괜찮은 한식뷔페를 찾았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순댓국이 만원 넘어가는 시대에 직장인 점심으로 이만한 곳이 없다"며 "메인 반찬 무한 리필에 8000원으로 양껏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얼마 전 EBS 프로그램 '극한직업'에 등장한 노량진 고시촌 인근의 한식뷔페도 '가성비 맛집'으로 온라인상에서 입소문이 났다. 월 단위의 식권을 구매하면 한 끼에 약 3200원으로 한 달간 삼시 세끼를 푸짐히 즐길 수 있어서다. 메뉴는 고기와 채소가 들어간 다섯 가지 메인 메뉴와 즉석 라면, 국, 과일, 빵 등으로 구성돼 있다.
누리꾼들은 "회사 근처인데 이제 자주 가서 먹어야겠다", "한식뷔페 원정 리스트에 추가해야겠다", "요즘 1만원 하는 한 끼 식사도 저 정도 반찬은 안 나오는데 꼭 가봐야겠다", "3200원으로 고기반찬 먹을 수 있는 곳이 어딨느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식뷔페는 대개 한 끼에 6000~9000원대로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고 누리꾼들은 정보를 나눴다. 한 달치 식권을 구매하면 장당 1000원~1500원 정도를 할인받을 수 있는 식당도 여럿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이날 찾은 서울 서대문구 소재 B 한식뷔페에는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몰려든 방문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다 들어오지 못해 줄을 서 대기 중인 사람들도 있었다. 직원들이 쉴 틈 없이 식권을 주고 분주하게 새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 식당을 운영하는 김 모 씨(가명·55)는 "다양한 음식을 싸게 먹을 수 있다 보니 많이들 찾는다. 9000원 내고 치킨 1인분을 먹고 가는 손님들도 있다"며 일주일 내내 똑같은 음식이 나오지 않고 바뀌는 점도 인기가 있는 요인"이라고 자평했다.
다만 올해 1월 말까지만 해도 식권을 8000원에 판매했으나, 물가가 너무 올라 어쩔 수 없이 가격을 1000원 인상했다는 것이 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손님들 중에서 몇분은 "여기도 올랐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요즘 경기가 안 좋은 탓에 대부분 인상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식당의 단골이 됐다는 직장인 박 모 씨(31)는 "(이곳의) 가격이 올랐다고 해도, 요즘 점심값이 안 오르는 식당이 없다"며 "9000원에 푸짐하게 점심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되느냐. 같은 가격에 비교적 든든히 먹을 수 있어 이곳을 자주 찾는다"고 귀띔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11(2020년=100)로 전년 동기 대비 5.2% 올랐다.
물가 상승 폭이 전월보다 확대된 것은 지난해 9월 5.6%에서 10월 5.7%로 오른 이후 3개월 만이다. 지난해 5월(5.4%)부터 9개월째 5% 이상의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