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만화책 용지는 한솔·전주페이퍼 생산
만화책 100만부 팔리면서 5월까지는 증쇄 예상
“2년 전 귀멸의 칼날 때가 더 많이 팔려”
극장가를 넘어 서점가까지 슬램덩크 열풍이 불면서 일부 제지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만화책 용지 시장은 수요가 줄어들고 있었는데 슬램덩크 단행본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원자재인 제지업체도 덩달아 주문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2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슬램덩크 만화책에는 한솔제지와 전주페이퍼 용지가 사용된다. 한솔제지는 국내 1위 제지업체이고, 전주페이퍼는 국내 최대 신문용지 생산 기업이다. 슬램덩크 만화책은 31권짜리 오리지널과 20권으로 줄인 신장재편판, 24권짜리 프리미엄박스판, 1권짜리 챔프판으로 크게 네분류된다. 이 중 전주페이퍼 만화용지가 약 60%, 한솔제지의 만화용지가 약 40% 쓰인다.
만화출판사 대원씨아이에 따르면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개봉일인 지난달 4일부터 현재까지 슬램덩크 신장재편판 판매 부수는 약 60만부로 집계됐다. 대원씨아이 측은 판매 수요를 맞추기 위해 추가 발주한 물량까지 합치면 3월 초에는 100만부를 판매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주페이퍼는 슬램덩크 국내 출판을 맡은 대원씨아이에 한달에 40~50?납품하는데 10~20?정도 추가로 더 나갔다고 전했다. 전주페이퍼 관계자는 “10여년 전만해도 출판사마다 만화용지를 150~200?씩 판매했는데 지금은 4분의1로 쪼그라들었다”면서도 “영화 슬램덩크 개봉 이후 만화책 수요가 급증하면서 5월까지는 증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사실 슬램덩크 보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이 인기 있을 때에는 만화용지 주문량이 100% 뛰었다”고 귀띔했다. 2021년 개봉한 귀멸의 칼날은 2004년 통계 집계 이후 관객 200만명을 돌파한 첫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다.
만화책 판매 급증은 희소식이지만 제지 기업 전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게 제지업계 설명이다. 웹툰 성장 이후 만화책 수요가 줄어들면서 관련 용지를 생산하던 제지업체들은 설비를 바꿔가면서 체질 개선을 하고 있어서다. 전주페이퍼는 신문용지를 주로 만들지만 신문·출판 수요 감소로 2018년부터 기존 신문용지 생산 설비를 골심지 생산까지 가능하도록 개조했다.
슬램덩크뿐 아니라 문화 콘텐츠 인기 몰이는 제지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케이팝 아이돌그룹 화보집 제작에는 인쇄질감이 뛰어난 고급인쇄용지가 주로 사용된다. 한솔제지 측은 “아이돌 화보집 제작 덕분에 ‘인스퍼 M러프’와 ‘앙상블 E클래스’ 등의 제품이 지난해 전년 대비 약 17%의 성장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