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수도에서 북한 출신 의사가 불법으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 의사는 정관계 고위층에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비영리 독립언론매체 국제탐사보도센터(ICIR)는 아부자 시내에 4년째 무등록 상태로 간판 없이 운영 중인 의료시설이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ICIR은 북한 출신 의사 이름은 '김정수'라면서 중국인으로 행세하며 해당 병원을 운영 중이라고 소개했다.
또 해당 병원에는 외국인 의료진 3명이 더 있지만, 병원 내에서 숙식하며 외부 출입을 하지 않는 데다 질문에도 답변하지 않아 국적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중 유일하게 낮에 외출하는 모습이 목격된 '김정수'는 외교관 번호판이 달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이용했으며, 이 차는 주나이지리아 북한대사관 차량으로 확인됐다.
ICIR은 또 "이 병원은 대통령실 관계자를 비롯한 고위급 인사들의 후원을 받고 있다"면서 "주요 이용객 중에는 마이클 아온도아카 전 법무장관과 법조계 유력인사 다수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현지 의료계 소식통은 나이지리아 유력자와 정부 당국자들이 해외로 나가 진료를 받는 데 필요한 비용을 절약할 목적으로 외국 출신 의사들의 자국 진입을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ICIR 취재진이 확인한 병원 내부는 침실 3개가 딸린 아파트에 현대식 의료기기를 갖추고 있었으며, 초진 비용은 5000나이라(약 1만3000원)이고 이후 최소 30일에 걸쳐 전통 의학 등을 이용한 치료를 받는데 16만∼40만나이라(약 43만∼107만원)가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ICIR은 "아부자 일대의 민간병원을 관할하는 민간보건시설등록감시위(PHERMC)에 북한 병원이 등록을 신청한 적이 없고 소득세를 낸 기록도 없다"면서 "외교관 차를 타는 김정수가 누구의 허락을 받고 병원을 운영하는지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