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7시30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 친윤(친윤석열)계 공부모임 ‘국민공감’이 개최한 세 번째 세미나 분위기는 이전과 달리 차분했다. 현역 의원 참석자는 총 37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12월 국민공감이 출범했을 때 71명에 이르는 의원이 집결한 것과 대비된다. 당권 주자인 김기현·안철수 의원,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도 불참했다. 친윤계 결집에 대한 반감으로 안 의원의 지지율이 오르는 등 ‘역풍’을 우려한 것이라는 해석이 당 안팎에서 나왔다. 나경원 사태 역풍 불었나최근 발표된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안 의원이 김 의원을 큰 폭으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자 친윤계는 비상이 걸렸다. 국민공감 소속 의원 상당수가 김 의원을 지지하는 만큼 이날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국갤럽이 세계일보 의뢰로 지난달 26~27일 국민의힘 지지층 41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안 의원의 지지율은 60.5%를 기록했다. 김 의원(37.1%)을 무려 23.4%포인트 압도하는 결과다.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지난달 28~30일 국민의힘 지지층 504명을 대상으로 한 결선투표 가상대결에서도 안 의원 지지율은 47.5%로 김 의원(44.0%)을 오차범위(±4.37%포인트) 내에서 추월했다.
특히 ‘수도권 대표론’을 강조하는 안 의원이 서울, 인천·경기뿐 아니라 대구·경북(TK)에서도 김 의원을 이긴 것으로 나타나면서 친윤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 TK 지역 친윤계 의원은 지지율 조사와 관련해 “최근 나경원 전 의원 불출마 과정에서 ‘윤핵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졌고, 그에 따른 반발이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수도권·청년층 조사 과대 대표”다만 친윤계 의원들은 이번 조사가 나 전 의원 불출마 등으로 인한 반감이 표출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부산·경남(PK)지역 친윤계 의원은 “대중 여론조사와 지지층 여론조사 결과가 다르듯 지지층과 책임당원 조사 간 간극도 크다”며 “영남과 장년층 비중이 높은 책임당원 분포와 달리 전국 인구 분포를 토대로 진행하는 여론조사라는 점에서 수도권과 청년층 조사가 과대 대표되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도 “책임당원들은 더 보수적인 결정을 하기 때문에 ‘윤심(尹心)’을 업은 김 의원이 지지층 여론조사보다 10%포인트 이상 더 가져간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 의원도 이날 대구 서문시장 행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여론조사는) 국민의힘 책임당원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어서 커다란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다시 윤심이 관건?책임당원들의 표심은 결국 또다시 윤심에 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 의원이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과 저는 축구로 치면 손흥민과 해리 케인의 관계”라며 “제가 당대표가 돼 당과 용산의 관계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는 것을 이미 작년에 증명한 셈”이라고 강조한 배경이다. 반면 친윤계 의원들은 안 의원이 윤심과는 거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 친윤계 의원은 “앞으로 여러 경로로 누가 진짜 ‘친윤’ 후보인지에 대한 신호가 나오고 증명이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이준석 전 대표 체제를 거치며 당원 분포가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점은 여전히 큰 변수다. 당원 수가 80만 명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예전처럼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이 당원을 움직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전 대표 체제에서 유입된 신규 책임당원은 15만 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고재연/양길성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