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10년만에 분기 적자…"상반기 바닥, 투자 더는 안 줄인다"

입력 2023-02-01 17:34
수정 2023-02-02 01:03
SK하이닉스가 당초 예정대로 올해 투자 규모를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10조원 이하로 줄이기로 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한 감산 기조도 이어간다. 다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추가적인 투자 감축은 하지 않기로 했다. 반도체 업황이 조금씩 개선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SK하이닉스는 1일 지난해 4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한 직후 연 콘퍼런스콜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날 이 회사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어닝 쇼크’ 수준이다. 영업손실이 1조7000억원으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 1조2105억원)를 5000억가량 웃돌았다. 이 회사가 분기 단위 적자를 기록한 건 2012년 3분기 후 처음이다. 매출은 7조69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했다. 영업외손실(2조5200억원)을 반영한 당기순손실은 3조5235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메모리반도체 불황이 실적 악화의 원인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가 이 회사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이른다. SK하이닉스는 콘퍼런스콜에서 “고객사와 반도체 공급사를 합친 업계 전반의 반도체 재고가 사상 최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수요 급감으로 창고에 쌓여 있는 물량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는 얘기다. 솔리다임 등에서 발생한 낸드플래시 관련 무형자산 손실(1조5500억원)이 순손실로 잡혔다는 점도 눈에 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까지 반도체 수요 절벽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 측은 올해 1분기 D램 출하량이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낸드플래시 역시 8~9% 안팎의 수요 감소를 예상했다. 이를 대비해 SK하이닉스는 작년 3분기 실적발표 때 밝힌 투자 50% 기조를 유지하기로 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기로 했다. 중국 우시 등 주요 생산라인과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는 감산 기조도 이어간다.

다만 이 외에 올해 추가적인 투자 감축 계획은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필수적인 인프라 투자 등을 고려하면 투자 규모는 이미 적정 수준으로 축소했다”는 게 회사 측의 판단이다. SK하이닉스는 내부적으로 올해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반도체 재고 수준이 올 상반기에 정점을 찍고 점진적으로 낮아질 것”이라며 “하반기부터는 수급 상황이 개선되는 등 재고 정상화가 이뤄지고 내년엔 예상을 뛰어넘는 호황이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차세대 메모리 규격인 DDR5(더블데이터레이트5)와 HBM3(고대역폭메모리) 등 주력 제품 양산에 집중하고 미래 성장 분야엔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올해 내에 차세대 제품인 1b나노 D램과 238단 4D(4차원) 낸드플래시 양산 준비를 완료하겠다는 방침도 그대로다. 이와 함께 첨단 극자외선(EUV) 장비 투자를 늘려 생산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최근 출시한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인 사파이어 래피즈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확산하면서 서버용 DDR5 D램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