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헤어져 58년 간 생사도 모른 채 살아왔던 4남매가 경찰의 유전자 확인으로 극적인 눈물의 상봉을 마쳤다.
31일 서울 동작경찰서는 58년 전 헤어진 동생들을 찾아달라는 장희재씨(69)의 신고를 받고 1년여간 수사를 벌인 끝에 두 여동생을 찾아 이날 상봉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상봉식에 참석한 희재·택훈(67) 남매는 58년 만에 만난 두 여동생 희란(64)·경인씨(62)와 부둥켜안았다. 이들은 "얼굴이 변함 없다", "보고싶었다"고 이야기 나누며 흐르는 눈물을 닦아줬다.
희재씨 4남매가 헤어진 건 지난 1965년 3월이다. 당시 8살과 6살이던 동생 희란씨와 경인씨는 어머니와 함께 길을 나섰다 전차에서 어머니를 잃어버렸다.
이후 두 동생은 아동보호시설로 보내진 채 수십 년을 살아왔다. 희란씨는 취재진과 만나 "엄마 얼굴을 한 번 보고 엄마 소리를 한 번 하는 게 소원이었다"며 "처음 동생(경인)으로부터 언니(희재)를 찾았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다리에 힘이 쭉 빠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희재씨와 가족들은 실종된 동생들을 수소문했지만 보호시설로 이동하면서 동생들의 이름 등이 바뀌어 찾을 수 없었다. 희재씨는 2005년 8월 무렵 KBS 아침마당에 출연해 동생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기도 했다.
희재씨는 마지막으로 2021년 11월 경찰에 잃어버린 동생들을 찾아달라며 신고했다. 경찰은 희재씨의 유전자를 채취해 아동권리보장원에 협조 요청도 했다. 그로부터 1년 뒤 경인씨도 인천 연수경찰서에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달라며 신고했고 유전자 채취를 통한 아동권리보장원의 분석을 요청했다.
경찰과 아동권리보장원은 유전자를 대조한 끝에 희재씨와 경인씨 DNA가 상당 부분 유사하다는 점을 인지했다. 이후 2차 DNA 채취를 거쳐 이달 27일 경인씨를 통해 함께 실종됐던 다른 동생 희란씨까지 찾게 되었다.
4남매는 앞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여생을 함께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희재씨는 "제가 올해 70살이 됐다"며 "동생들과 함께 놀러가고 싶다"고 말하며 눈물지었다.
권혁준 서울 동작경찰서장은 "헤어진 가족을 찾게 돼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부득이하게 헤어지게 된 가족들을 찾는 것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