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만 해도 금리가 연 10%를 넘었던 농협·새마을금고·신협 등 상호금융권의 특판 예금 금리가 두 달 만에 연 5%대 수준으로 급락하고 있다. 특판 경쟁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자 금융당국이 자제령을 내린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대출 금리를 급격하게 끌어올리면서 ‘이자 장사’로 벌어들인 수익을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조합원 배당 재원’으로 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상호금융 예금이자도 하락세로 전환
3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상호금융권 예·적금 금리는 작년 12월 연 5.17%로 전달(연 5.27%)보다 하락했다. 지난해 9월부터 11월 사이 연 3.38%에서 연 5.27%로 급등했다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 기간 신협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3.66%에서 연 5.39%로, 새마을금고는 연 3.71%에서 연 5.44%로 올랐다.
작년 11월 말 상호금융권의 예금 확보 경쟁은 과열 양상으로 치달았다. 당시 동경주·남해축산·합천농협과 사라신협 등이 실수로 연 9~10%대 예·적금을 비대면으로 팔았다가 1000억원대 자금이 몰리자 해지를 읍소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역마진을 우려한 금융당국은 예·적금 특판을 자제해달라는 메시지를 각 상호금융중앙회에 전달했다.
자제령 한 달 만에 특판 금리는 연 5%대로 급락했다. 지난 26일 경북 왜관신협은 연 5.61% 금리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특판을 출시했다.
상호금융 관계자는 “저원가성 예금 비중이 높은 시중은행과 달리 상호금융권은 고원가성 예금 비중이 최고 90%에 달할 정도로 높아 수익성 악화를 막으려면 예금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예금 금리 인하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게 상호금융권의 전망이다. 시중은행이 예금 금리를 내린 덕에 상호금융권이 높은 예금 금리를 굳이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정기예금은 만기가 길어질수록 금리가 내려가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민은행의 KB스타정기예금은 1년 만기 연 3.63%, 2년 연 3.36%, 3년 연 3.21%다. SBI저축은행의 정기예금도 1년 만기 연 4.3%, 2년 연 3.8%, 3년 연 3.6%다.대출 금리는 급등…배당 확대 조짐도?상호금융권은 예금 금리를 내리는 동안 대출 금리를 지난해 9월부터 12월 사이 연 4.64%에서 연 5.84%로 끌어올렸다. 특히 예금 금리가 하락세로 전환한 12월엔 은행 대출 금리(연 5.60%)를 역전했다. 특판으로 받은 높은 예금 금리 때문에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 대출 금리를 인상했다는 게 상호금융권의 설명이다.
상호금융권은 대출 금리를 올리고 예금 금리는 내리면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부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쌓는 대신 오는 3월 전국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조합원 배당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새마을금고에선 집단대출을 회수의문으로 분류하고 대손충당금을 더 쌓으라는 중앙회 요구에 반발해 대구 지역 12개 금고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일까지 벌어졌다.
‘과도한 적립 요구’라는 지역조합 주장과 달리 상호금융권의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은 2021년 12월 말 120.9%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하락세가 이어졌다. 작년 9월 말 기준 106.0%로 꾸준히 적립 비율을 늘려온 저축은행(120.7%)보다 낮아졌다. 이에 금융당국이 대손충당금을 늘리고 배당을 자제하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