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았던 서울 송파구와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아파트값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1·3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이전 대비 많게는 1억~2억원가량 오른 가격에 잇달아 매매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급매물 매수 유입에 따른 일시적 반등일 뿐 주택 매수 심리가 본격적인 회복세로 접어들었다고 보긴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강남권 알짜 재건축 추진 아파트로 꼽히는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82㎡는 지난 14일 24억7600만원에 팔렸다. 이 아파트 같은 주택형은 2021년 11월 최고가인 32억7880만원에 거래됐지만, 주택시장 침체가 본격화한 작년 하반기 이후 급락해 지난 3일 21억7500만원까지 내려앉았다. 3일 거래가와 비교하면 약 열흘 만에 시세가 3억원 넘게 오른 것이다.
95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도 1월 초 15억3000만원까지 떨어졌지만 14일 17억1500만원에 팔리며 2억원가량 올랐다. 이 아파트 전용 59㎡ 역시 한 달 새 매매가가 12억원대에서 14억원대로 뛰어올랐다. 잠실동 인기 아파트인 ‘엘·리·트’(잠실엘스·리센츠·트리지움)에서도 최근 1년간 최저가 대비 1억원 넘게 오른 가격에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작년 12월 송파구 아파트 거래량은 총 87건으로 전월(51건)보다 70%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아파트 거래량 증가율(13%)을 크게 웃돌았다. 잠실동 A공인 관계자는 “급매물이 쏟아지는 기회를 활용해 ‘강남 진입’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했다.
2021~2022년 20·30세대 ‘영끌족’이 중저가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매수했던 노·도·강의 집값도 급락세가 주춤한 모습이다. 재건축을 준비 중인 노원구 월계동 미륭·미성·삼호3차(월계 시영) 전용 59㎡는 지난 21일 작년 최저가(5억1000만원)보다 1억8000만원 오른 6억9000만원에 팔렸다. 현재 호가는 8억원대까지 뛰었다.
강북구와 도봉구에서도 미아동 꿈의숲롯데캐슬, 꿈의숲해링턴플레이스와 창동 주공17단지 등의 매매가가 소폭 상승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주택 경기 핵심 지표인 거래량은 여전히 턱없이 적은 수준”이라며 “급매물 소화와 규제 완화 효과에 따른 일시적 반등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