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시간 원상 복귀는 노사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입니다.”
시중은행이 1시간 단축 영업을 해제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정상 영업에 들어간 지난 30일 은행 노조들이 속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기자회견을 열고 “사용자 측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도 내겠다”며 험악한 발언을 쏟아냈다.
비슷한 시각 서울 명동의 한 은행 영업점엔 고객들이 줄을 이었다. 인근에서 노점을 한다는 한 상인은 “그동안 오후 3시30분이면 은행이 문을 닫아서 잔돈을 바꾸는 데 어려움이 많았는데 한시름 덜었다”고 했다. 금융노조의 반발이 국민의 눈높이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은행 영업시간 단축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2021년 7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금융 노사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등이 해제될 때까지 영업시간 1시간 단축을 유지하기로 한다’고 합의했다.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화)’에 접어들면서 작년 4월부턴 사회적 거리두기가 없어졌다. 식당과 마트 등 다른 시설은 영업시간을 정상으로 되돌렸지만 은행만은 예외였다. 노사 합의대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권고’로 조정된 이날에서야 은행이 영업시간을 정상화했지만 금융노조는 요지부동이다.
금융노조는 노사 합의를 거쳐 영업시간을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산별교섭에서 영업시간 복귀를 노사 공동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하기로 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이 TF 안건엔 마스크만 벗으면 되돌리기로 한 영업시간뿐만 아니라 주 36시간(4.5일) 근로제 등 노사 합의가 어려운 사항들이 포함돼 있다. 금융노조가 일괄 타결이 불가능한 내용들을 뒤섞어 놓고 ‘합의 이행’이라는 억지 주장만 되풀이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사 합의문의 법적 해석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금융노조의 독단적인 행보에 은행 직원들까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 시중은행 영업점 직원은 “코로나19로 영업시간을 단축했다면 방역 조치가 풀릴 경우 원상 복귀가 당연한 상식인데 금융노조만 거꾸로 간다”고 꼬집었다.
높은 연봉 탓에 ‘귀족노조’로 불렸던 금융노조가 이제는 소속 조합원들을 ‘국민 밉상’으로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