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약 40년 만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직면해 금리 인상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향후 장기적으로는 낮은 물가가 다시 도전 과제가 될 것이라고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밝혔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확산 시기의 경제적 파행이 진정되고 물가가 가라앉으면 지속적인 저물가가 다시 미국 경제와 정책당국에 장기적 도전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흔치 않고 어려운 시기를 막 통과하고 있지만, (임금과 물가가 서로를 견인하며 연쇄 상승하는 악순환이 일어났던) 1970·80년대로 돌아갈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물가 상승을 예상한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기업들은 다시 가격 인상으로 대응하면서 물가 상승 악순환이 이어졌다.
옐런 장관은 현 상황에 대해 "기대(인플레이션)는 잘 고정돼왔고 여전히 잘 고정돼 있다고 본다"면서 "임금과 물가의 악순환적 상승이 목격되지 않고 있다.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그는 인플레이션이 언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치인 연 2% 아래로 내려갈 수 있을지나 그 이후 연준의 행보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아직 인플레이션 진정을 위해 갈 길이 멀지만,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해 6월 9.1%에서 지난달 6.5%로 내려오는 등 하향 추세다.
블룸버그는 인플레이션과의 이번 싸움이 끝나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로 논의가 옮겨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올리비에 블랑샤르는 옐런 장관과 비슷하게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제로 금리에 가까운 상황에 다시 직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이에 대처하기 위해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현행 2%에서 3%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로런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과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등은 세계 경제가 지정학적 긴장과 부채 위기의 시기로 진입하고 있으며, 높은 물가와 고금리가 더 일반적인 상황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옐런 장관의 연준 의장 재임 시기(2014∼2018년) 미국 물가는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었고, 연준이 선호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의 1992∼2019년 연평균 상승률은 1.9%로 연준의 현 목표치 2%보다 낮았다.
당시 정책당국자들은 낮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제로 금리로 중앙은행의 경기 침체 대응 수단이 무력화될 가능성을 우려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