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열기 식었지만…돈 나올 3대 포인트

입력 2023-01-31 10:36
수정 2023-01-31 10:37
메타버스의 열기가 예전 같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메타버스 프로젝트에서 손을 뗐다. 사명까지 ‘메타’로 바꾸며 애쓰고 있는 페이스북은 시장에서 외면받는 모습이다. 메타버스에 ‘목숨을 거는’ 곳도 여전히 존재한다. 메타버스에 미래가 있고, 이것을 돈으로 환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는 기업이다. 지금 당장 돈을 번다는 뜻은 아니지만, 이들의 접근법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존재한다. ◆공간을 판다첫째는 ‘땅을 판다’는 점이다. 온라인이니까 무한한 공간을 열어둔다는 개념을 가질 법도 하고, 실제로 네이버제트의 ‘제페토’ 등 무한한 영역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메타버스도 있다. 그렇지만 영역을 구체적으로 분배하고 더 좋은 것과 좋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편이 수익화에 유리하다.

롯데그룹 계열 정보통신기술(ICT) 회사인 롯데정보통신이 인수해 키우고 있는 칼리버스나 게임회사 컴투스의 컴투버스는 메타버스 내 부지를 판매해 자금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칼리버스는 대체불가능토큰(NFT) 땅과 빌딩을 판매한다. 소형·중형·대형·초대형 네 가지 크기를 상업적 용도와 비상업적 용도로 나눠서 파는데, 소형 빌딩은 250~400㎡, 초대형 빌딩은 6400~7056㎡다. 소형은 인스턴스 룸을 2개까지, 엑스트라 라지는 20개까지 생성할 수 있다.

컴투스의 컴투버스도 이와 비슷한 콘셉트다. 총 9개의 섬으로 구성돼 있고 한국버전인 첫 번째 섬은 종로구 크기(약 24㎢)로 설정됐다. 송재준 컴투스 대표는 이와 관련해 “게임업계에선 가상공간에 대한 최적의 설계 문제를 오랫동안 고민해 왔다”며 “무제한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가치가 없다”고 설명했다.

크래프톤이 메타버스 ‘제페토’ 운영사인 네이버제트와 함께 개발하고 있는 ‘미글루’ 역시 유한한 공간으로 구성된다. 가로 2㎞, 세로 2㎞가량으로 300~500명을 수용하는 도시를 여러 채널로 만들 예정이다. ◆B2B가 주력둘째는 기업고객을 주로 상대한다는 것이다. 개인도 메타버스 속 땅과 빌딩을 살 수 있지만 주요 타깃은 아니다. 이미 현실에서 대규모 경제 활동을 하는 주체들을 상대로 기업 간 거래(B2B) 영업을 하는 편이 성공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하려면 기업들에 소구할 만한 마케팅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가상 오피스나 가상의 판매 공간이 가장 쉬운 접근법이다. 컴투버스는 하나금융과 교보문고, 교원, 영실업, 닥터나우 등 파트너십을 체결한 기업들의 메타버스 가상오피스를 오는 3월께 선보일 예정이다. 아바타가 있지만 실물 얼굴을 작게 띄워서 현실과 가상세계 간 중첩을 유도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칼리버스는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 2023’에서 유통 명가의 강점을 살려 지방시 록시땅 메이크업포에버 등 유명 브랜드가 다수 입점한 메타버스 쇼핑몰의 모습을 실감 나게 구현해 눈길을 끌었다.

MS가 소비자 대상 메타버스에 대한 미련을 접고 산업용에 집중하기로 한 것도 수익성을 고려한 결정이다. 소비자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하기만 해서는 ‘쇼’ 이상의 것이 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했다는 분석이다. ◆자체 화폐 활용셋째는 경제 활동, ‘메타노믹스’에 대한 고민이다. 메타버스 내에서 구매 욕구가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실제 현금이나 카드 결제까지 이어지는 건 드물다. ‘여기에서까지 돈을 써야 하나’라는 심리적인 장벽이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반면 포인트나 암호화폐 등은 접근이 용이하고 사용자를 가두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메타버스 콘서트 등으로 주목받아 온 SK텔레콤의 메타버스 ‘이프랜드’는 지난해부터 이프랜드 포인트를 도입했다. 본격적인 암호화폐의 형태는 아니지만 쌓인 포인트를 메타버스 내 모임을 운영하는 호스트에게 후원하거나 아바타의 옷을 사는 데 쓸 수 있다. 옛날 싸이월드의 도토리에 가까운 느낌이다.

메타버스의 이용자, 특히 커뮤니티 활성화에 기여하는 창작자들에게 보상하기 위해서도 자신만의 화폐가 활용된다. 게임사 넥슨의 메이플스토리월드, 크래프톤의 미글루 등이 이런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