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주식 매수할 때 아냐"…대형 IB 한 목소리로 경고

입력 2023-01-31 10:23
수정 2023-02-23 00:02
미국의 투자은행(IB)들이 연달아 주식 매수를 자제하라는 경고를 내놨다. 올해 들어 미국 증시에서 상승장이 펼쳐졌지만, 이는 미 중앙은행(Fed)의 영향력을 등한시한 투자라는 분석이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애널리스트는 30일(현지시간) 투자자 서한에 "주식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는 건 투자자들이 뭔가 놓치고 있다는 걸 증명한다"며 "최근 상승장은 1월 계절 효과와 12월 공매도를 쇼트커버링(환매수)이 맞물려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5%가량 하락한 S&P500 지수는 올해 들어 5% 상승했다. 1월 기준으로는 2019년 이후 처음으로 5% 가까이 상승했다. 투자자들은 실적 전망치를 웃도는 기업에 과도 매수했고, 전망치를 밑돌아도 매수세가 이어졌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이는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 계획이 시장의 신뢰를 개선했다고 분석했다.

윌슨 애널리스트는 시장이 너무 낙관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경고했다. 그는 "기업들 실적은 예상보다 나쁠 것이고, 마진율은 더 떨어질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Fed에 맞서 싸우지 말라'는 격언을 잊은 듯 보인다"고 했다.

Fed가 오는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만 올릴 거라는 전망을 경계하라는 지적이다. 0.25%포인트만 올리는 게 곧 금리 인하로 직결된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JP모건체이스의 애널리스트들도 상승 랠리를 경계했다. 미슬라브 마테이카 JP모건 애널리스트는 "미래에 대한 명확한 증거는 아직 없다"며 "되레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수익이 줄 수 있다"고 제언했다. 마르코 콜라노비치 애널리스트도 "경기침체 위험은 전혀 줄지 않고 단순히 미뤄진 것뿐이다"라며 "지출, 수익, 투자 등 모든 측면이 약화해 하락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오히려 매도세가 강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시장 상황과 달리 경제는 악화하고 있어서다. 콜라노비치 애널리스트는 "금리는 오르고 소비자들의 회복력은 약해지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에서 경기침체가 곧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의 총괄 사장을 지냈던 루치르 샤르마 록펠러 인터내셔널 회장도 비관론에 힘을 실었다. 미국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하더라도 침체가 길어질 거라는 이유에서다. 샤르마 회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문을 내며 "(세계 경제는) 수십 년간 볼 수 없었던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침체에 둔감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써서 경제를 구제해 줄 거라는 믿음이 팽배해서다. 1980년대 이후 지금까지 미국 경제에서 침체 기간은 10%에 불과했다. 정부의 재정정책이 경기를 부양시켰기 때문이다. 2020년 코로나19가 나타난 해에도 침체 시기는 짧았고, 되레 재택근무로 생활비를 절약한 화이트칼라 계층은 자산이 증대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정부의 재정지출과 중앙은행의 자산 매입(양적완화)은 1980~1990년 국내총생산(GDP)의 1%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1년 3%로 증가했고 2008년에는 12%를 찍었다. 2020년에는 35%에 육박했다. 2020년부터 2년간 미국 정부가 지출한 지원금은 1조 5000억달러에 달했다.

코로나19 부양책의 효과가 사라져도 물가는 계속 오르고 경기침체는 장기화할 거라는 전망이다. 샤르마 회장은 "출생률이 수십 년간 내려앉으며 세계의 생산가능인구가 갈수록 줄고 있다"며 "탈(脫)세계화 현상도 가속하며 생산 비용이 점점 오르고 있다"고 했다.

이런 현상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4%로 맞추는 게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과거보다 높아지게 되면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를 쉽게 결정하기 어려워진다. 높아진 금리 수준이 지속되면서 정부도 경기 부양책이란 카드를 선뜻 내놓기 힘든 상황이다.

샤르마 회장은 "쉽사리 억제되지 않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중앙은행과 정부는 방관자가 될 것"이라며 "세계는 아직도 긴 여정을 준비하지 않았다"고 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