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4000명에 육박하는 제조업체 A사. 직원 평균 연봉이 7000만원을 넘는 대기업이지만 인력 확충에 애를 먹고 있다. 지난해 가을 공채 때는 지원자가 1000명대에 그쳐 경영진이 충격에 빠졌다. A사 인사 담당자는 “4년 전만 해도 지원자가 5000명 안팎이었는데 5분의 1로 급감했다”며 “과거에는 ‘공기업 부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구직자가 몰렸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했다.
A사뿐 아니다. 경기 하강에도 구인난에 시달리는 기업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통 제조업, 영세업체일수록 구인난이 심각했다.
고용노동부가 30일 발표한 ‘제4차 고용정책 기본계획’을 보면 5인 이상 기업의 부족 인원(정상적 경영을 위해 더 필요한 인력)은 지난해 10월 기준 42만6000명에 달했다. 1년 전(35만9000명) 대비 18.7% 늘면서 2008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15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기업이 구인 활동으로 채우지 못한 빈 일자리도 작년 11월 기준 19만8000개로 1년 전(18만1000개)보다 9.4% 늘었다.
업종별로 보면 운수·창고업과 제조업에서 구인난이 심각했다. 기업의 미충원율(구인 인원 대비 미충원 인원 비율)은 작년 3분기 15.4%로 전년 동기 대비 3.4%포인트 높아졌는데 운수·창고업(51.4%)과 제조업(28.7%)이 1, 2위였다.
고용부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은데도 기업이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일자리 미스매칭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청년 세대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힘든 일자리를 기피하는 현상이 그 어느 때보다 심해졌다는 것이다. 조선업과 뿌리산업에서 더욱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 세대가 한 직장에 계속 다니기보다 업종 전망이나 기업의 인센티브에 따라 쉽게 이직하는 것도 전통 제조업 인기가 시들한 이유로 꼽힌다. 일단 제조업에 취직했더라도 기회가 되면 네이버, 카카오 같은 정보기술(IT) 기업이나 금융회사처럼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직장으로 옮겨 제조업의 구인난이 심해졌다는 것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