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아직 2500도 넘지 못한 상태에서 5000을 얘기하는 것은 분명 이르지만 불가능한 꿈이 아닙니다. 미리 차근차근 준비하면 그 꿈을 앞당길 수 있기에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의견을 제시합니다. 주식시장을 설계하고 운영하고 투자하는 주체들의 지혜를 모은 뒤 지수 상승을 가로막는 장벽과 암초와 지뢰를 하나하나 제거해나간다면 시기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꿈의 실현이 가시화될 수 있지 않을까요?
작년 말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4로 선진국의 52%, 신흥국의 58%, 아시아태평양국가의 69%에 불과합니다. 저평가로 인한 코리아디스카운트가 심각한 상태인 것입니다. 2017년 세계은행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투자자 보호 지표가 137개국 중 99위를 기록하기도 했는데 이 또한 주식시장 발전을 가로막는 일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주식시장을 개혁해 평균적인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매진해야 합니다.
꿈의 코스피 5000시대를 어떻게 하면 앞당길 수 있을까요. 첫째로는 이른바 박스피(코스피 지수 2000 내외의 박스권) 원인 중 하나로 개인투자자들이 지목하는 공매도 제도를 개혁하는 게 방법일 수 있습니다. 공매도는 거의 대부분 국가가 시행하는 제도지만 주가 하락으로 수익을 내는 공매도를 두고 유독 우리나라는 찬반 논란이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작년 11월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 주식투자 경험자의 73.3%가 공매도에 역기능이 많다고 응답했습니다.
두번째로 민주당 이용우 의원이 입법 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상법 382조 3항 이사충실의무 개정 법안이 통과된다면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에 도움이 될 전망입니다. 현행 상법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라고 되어있는데 그 조문을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로 개정하는 법안인데요. 현행 상법은 상장회사의 이사가 회사를 위해 일을 하는 과정에서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더라도 책임을 묻는 것이 매우 어렵게 되어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주주 권리가 침해되는 경우가 생겨 주가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셋째 전자투표제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장회사의 주인은 주주로 주주총회 때 주주 권리를 행사해야 하지만 물리적 제약 등으로 인해 많은 소액주주들이 주총에 참석하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다보니 회사와 지배주주 측에 유리한 의사결정이 이어져 주주가치 제고가 훼손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현재 법무부에서 전자 주총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을 의뢰한 상태로 알려졌는데요. 올해 안에 전자투표 의무화를 위한 법안이 상정 후 통과가 되어 잠자는 주주 권리가 획기적으로 줄어들기를 바랍니다.
넷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이슈입니다. 금투세는 원래 올해 1월부터 시행하기로 되어있었는데요. 개인투자자 등의 반대 등으로 우여곡절 끝에 작년 말 국회에서 2년 유예 법안이 통과되어 2025년부터 시행 예정입니다. 찬반 양론이 있지만 금투세가 시행되면 우리 주식시장에 단기 폭락과 장기 침체를 불러올 것이라고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선진국만 채택한 금투세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판단입니다.
코스피 5000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위의 네 가지 제안이 실행되기를 바랍니다. 공매도 개혁은 금융위원회가 전자투표제는 법무부가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국회의원의 협조가 필요한 상법 개정 및 금투세 폐지와 관련해서는 개인투자자들과 연대해 반드시 관철되도록 여러 방법을 동원해 총력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2007년부터 시작된 박스피의 그늘을 치우고 우리 주식시장도 미국처럼 장기 우상향하는 시대를 앞당겨야 합니다. 금융당국은 주식시장에 삼성과 현대를 비롯한 세계적 기업이 추진하는 혁신이 자리 잡게 하고 부동산과 예금에 쏠린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도록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젊은 세대와 후손들에게 부의 원천이 될 꿈과 희망이 자라는 주식시장을 물려주는 그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소망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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