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70만원 주고 산 새똥 묻은 그림…38억 '잭팟' 터졌다

입력 2023-01-30 13:53
수정 2023-01-30 13:55

헛간에서 새똥이 잔뜩 붙은 상태로 발견된 그림이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310만달러(약 38억원)에 낙찰됐다. 이 그림은 발견된 뒤 17세기 화가 안토니 반 다이크(1599~1641)의 습작으로 판명된 바 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이 그림은 네덜란드 로테르담 보이만스 반 뵈닝겐 미술관에 전시된 '성 히에로니무스를 위한 습작'이다. 세로 95cm, 가로 59.5cm 크기의 캔버스에 유화로 하얀 수염을 가슴께까지 늘어뜨린 노인의 나신을 그렸다.

앞서 지난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2002년 수집가였던 고(故) 앨버트 B. 로버츠가 17세기 후반 네덜란드 이민자들이 뉴욕에 조성한 작은 마을인 킨더훅의 한 농장 헛간에서 이 그림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로버츠는 이 작품을 단돈 600달러(약 73만8000원)에 사들였다고 한다.

그는 이 그림을 오랫동안 본인의 자택에 걸어뒀다가 이후 본격적으로 작품의 유래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추적 끝에 그는 반 다이크가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조수로 있던 1618∼1620년 당시 벨기에에서 완성된 '성 히에로니무스와 천사'를 위해 그린 습작이 아닌가 의심했다.

이후 미술사학자 수전 J. 반스가 이 작품을 "놀랍도록 온전히 보존된 반 다이크의 실물 습작"이라고 주장하면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현존하는 반 다이크의 대형 실물 습작은 이 작품을 포함해 단 2점뿐이라고 CNN은 전했다.

이 작품의 낙찰 추정가는 지난 26일 소더비 '마스터 페인팅 파트1' 경매에 나왔을 당시에만 해도 200만~300만달러였으나 실제로는 이보다 높은 금액인 310만달러에 팔리게 됐다. 소더비에 따르면 경매 수익금의 일부는 예술가를 지원하는 앨버트 B. 로버츠 재단에 돌아갈 전망이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