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1일 야당인 공화당 소속의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만나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를 올리는 문제를 논의한다. 두 사람의 만남은 매카시 의장이 지난 7일 하원 의장으로 선출된 이후 처음이다.
매카시 의장은 29일(현지시간)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다음달 1일 바이든 대통령을 만난다”며 “대통령이 (부채 한도에 대해) 어떤 논의도 원하지 않는 것을 알지만 타협점을 찾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화당은 미국 정부의 디폴트(채무불이행)까지 바라지 않는다”면서도 “민주당이 ‘그냥 부채 한도를 올리면 된다’고 말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의 재량적 예산과 국방 예산에 낭비가 없는지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이날 백악관도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의 면담 계획을 확인했다. 이번 만남에서 부채 한도 조정을 포함해 여러 현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NBC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이 매카시 의장의 생각이 무엇인지 묻고 디폴트를 피하는 헌법적 의무를 지킬지 확인할 것”이라고 전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지난달 “연방정부의 부채가 상한선에 도달했다”며 부채 한도를 상향 조정해줄 것을 의회에 요청했다. 이와 함께 임시조치로 올해 6월 5일까지 정부의 남은 현금과 비상수단을 통해 부족한 재원을 조달하는 특별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미 정부가 디폴트에 빠지면 각종 연금을 비롯한 사회보장 지출이 지연되거나 중단된다. 미 국채에 대한 원리금 지급에 난항을 겪거나 국채 금리가 급등할 가능성도 크다.
2011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엔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이 국가부채 한도 증액을 거부해 연방정부가 문을 닫는 셧다운 사태가 발생했다. 급기야 미국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도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가 정부 지출을 대거 삭감해야 부채 한도 상향에 협조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반면 백악관은 부채 한도를 다른 사안과 연계해 협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