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보다 생산효율성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생산성이 더욱 악화하면서 장기 저성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다.
한국은행 BOK 이슈노트 '코로나19 이후 생산성 변화의 주요 특징 및 시사점'에 따르면 한국의 생산효율성(2019년 기준)은 미국 대비 59.9%로, 주요국 평균 수준에 크게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효율성이란 일정한 기술 수준에서 정해진 생산요소를 투입했을 때 생산 가능한 최대산출량 대비 상대적인 효율성을 의미한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생산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걸 의미한다.
연구팀은 국가패널자료를 이용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일본,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주요국의 생산효율성과 기술혁신 속도를 산출했다. 그 결과 한국은 OECD 회원국(73.2%)뿐 아니라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3~5만달러로 경제 규모가 유사한 국가 평균치(70.8%)보다도 생산효율성이 크게 밑돌았다. 일본 64%, 홍콩 69%, 대만 78%, 싱가포르 81%였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한국의 생산성이 더욱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코로나19 펜데믹 직후 빠르게 반등하다가 정체됐다. 노동생산성 증가율(전기 대비 연율 평균)은 펜데믹 이전 평균 2.3%에서 2020년 2.6%로 확대됐다가 2021~2022년에는 0.7%로 쪼그라들었다.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팬데믹 이전 1.2%에서 팬데믹 이후 0.6%로 하락했다.
통상 불황 때는 비효율적인 기업의 퇴출로 시장 효율성이 개선되는 '청산 효과(cleasing effect)'가 나타나는 데 이번 위기에는 동반되지 않았다는 게 연구 결과다. 이는 생산성 하락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코로나19 펜데믹 충격으로 디지털 기술 활용도에 따라 서비스업 내 생산성 격차가 확대된 것으로 분석됐다. 디지털 집약 부문은 여타 서비스 부문에 비해 노동투입량의 개선 없이도 생산능력이 빠르게 회복, 높은 노동생산성 증가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향후 한국 경제의 중장기 생산성은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따른 기술 혁신이 코로나19 상흔 효과(생산효율성 하락)에 의한 생산성 둔화를 상쇄하는지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팀은 "한국은 생산 효율성이 주요국 평균 수준에 크게 미달해 생산효율성 개선 노력 없이 연구·개발(R&D) 투자 등 기술혁신만으로는 추가적인 생산성 개선이나 선진국과의 효과적 격차 해소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기 생산성 확충을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 등 기술혁신의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노력과 함께 구조조정 및 규제개선 등 경제체질 개선을 통해 생산 효율성을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번 연구는 정선영 한은 조사국 거시재정팀 과장과 장동산 조사역이 진행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